[전용배의열린스포츠]프로야구감독들흥행에관심가져야

입력 2009-09-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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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8개 구단 감독이 ‘싱겁게’ 정리되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5개 구단의 감독이 계약만료였지만, 하위권 두 팀의 감독교체로 종결되는 듯하다. 야구감독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 속에서 지낸다. 고교감독만 하더라도 경기 중 화장실에서 피가 섞인 소변을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하물며 프로감독은 수명이 단축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칭찬받는 감독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비난 받는 것이 숙명이다. 그럼에도 모든 야구인들은 ‘최후의 꿈’으로 감독을 꼽는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승리는 없다. 꾸준한 성적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야구감독의 역할은 이전보다 축소되고 있다. 물론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프로야구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문제는 어떤 감독도 모두를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감독이 직접 관여했던 전력분석팀, 스카우트, 트레이너, 2군 시스템 등을 오늘날에는 구단 프런트가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영역은 이제 감독의 직접적인 통제범위 밖에 있다. 오늘날 프로야구감독은 구단이 구축한 선수단을 자기방식대로 제대로 운영만 하면 된다.

물론 성적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프로야구가 하나의 산업 및 비즈니스라 볼 때, 현대 프로야구 감독은 이러한 부분도 간과할 수가 없다. 팬이 있어야 프로야구도 존재하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오늘날 프로야구 감독의 덕목에는 본인의 야구철학 외에도, 유머, 팬과의 소통, 팀 문화 중시도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과거 김응룡, 김성근 감독 같은 경우 경기장에서 야구외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 코치경험을 통해 요즈음에는 인식이 바뀌기는 했지만. 선동열 감독은 유머는 커녕 덕아웃에서 ‘밝은 얼굴’을 한 적이 없다. 이기든 지든 ‘찌푸린 얼굴’이다. 팬들과의 교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감독의 작전 및 선수단 운영이나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가 하나의 산업이자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두산의 마지막 홈경기 이후 직접 관중석에 올라가 성원해준 팬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시했다. 비록 최하위라는 성적 때문에 그만두긴 했지만 김인식 감독은 여유와 유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피 말리는 승부세계에서도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김독이다. 선수단이 큰절로 작별인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 롯데가 로이스터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패에 빠져도 팬들에게는 극진하다. 구단과 감독이 자주 충돌하는 이유는 야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데 있다. 승리에 대한 갈구는 같지만, ‘팬이란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과 미래구단의 운명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갈등의 주원인이다. 이제 신임감독이 된 한대화, 박종훈 감독은 자기야구를 할 권리가 분명히 있다. 단지 현대적 감독의 역할에도 관심을 가져 팬들에게도 사랑받고, 프로야구 흥행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감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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