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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최만호. [스포츠동아 DB]
“후배들에게 미안합니다. 1년 동안 고생했는데 내가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서….”
롯데 최만호(35·사진)가 담담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얘기를 잇습니다. “대수비나 대주자로 쓰시려고 부르신 거 아니겠어요? 후배들 몫까지 열심히 해야죠.” 마냥 기쁘지만은 않나 봅니다. 1년 내내 2군에 있다가 갑자기 포스트시즌에 나서게 된 게 말입니다. 하지만 곧 덧붙입니다. “아내에게 또다시 가을잔치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건 행복하네요. 저 따라 부산에 와서 혼자 고생 많이 했거든요. 내색은 안 해도 기분은 좋은 것 같더라고요.” 비로소 그가 크게 미소 짓습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프로에 남아있는 동기들은 몇 없습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2군에서, 한참 어린 유망주들과 함께 땀을 흘립니다. “모든 선수가 1군에서 뛸 수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으니 전 행복한 거죠.” 1996년 춘계 대학리그 타격왕, 애틀랜타 올림픽 국가대표. 한 때는 그에게도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험했습니다. 현대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해 2001년 LG로 트레이드 됐고, 2007년에는 다시 부산행 짐을 싸야 했습니다.
올해도 그렇습니다. 1년 내내 1군 13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입니다. 2군의 낮경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야간 경기의 조명마저 낯설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집중력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아득해집니다. 불타오르던 의지도, “단 한번이라도 주전으로 풀 시즌을 뛰고 싶었다”는 소망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약해집니다.
그러다 얻게 된 기회입니다. 비록 대수비라도, 어쩌면 대주자라도, 만에 하나 덕아웃만 지키게 되더라도, 그는 “이를 악물고 내 몫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물론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기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회한과 슬픔을 가슴 한 가득 품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프로 13년차에 연봉은 4500만원. 한 때는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로 더 유명했던 그입니다. 그러나 그의 수비 실력과 열정, 성품만은 국가대표급입니다. 그래서 2군의 후배들은 늘 그를 보고 ‘한 수’ 배웁니다. 단 한 타석에 서고 단 하나의 타구를 잡아내더라도, 언제나 고마운 마음으로 살겠다는 사나이. 그가 꿈꾸던 2009년의 가을이 이렇게 열립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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