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의물은맑았더라’홍주희교수가야금독주회

입력 2009-09-30 14: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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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희 교수 가야금독주회.

황하청(黃河淸)이란 곡이 있다. ‘황하의 물은 맑다네’ 정도로 읽으면 될지.

‘청(淸)’에는 ‘사념이 없다’, ‘탐욕이 없다’란 의미도 있으니 살짝 멋을 부려보자면 ‘황하는 사념도, 욕심도 없이 흐르네’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온전히 개인적인 해석일 뿐이다.

이름 그대로 대하(大河)가 유유히 흐르는 듯한 곡이다. 고려 때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온 곡이라 전해진다. 궁중 연례악의 하나로 본래 곡명은 ‘보허자’인데 ‘황하청’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음악평론가 현경채씨는 황하청에 대해 ‘책을 읽는 공간에서 조용히 음악을 즐기며 조촐하게 이는 흥을 갈무리하기에 적당한 분위기’라고 했다. 집중해서 듣는 것도 좋겠지만 귀에 살짝 감아 흘리듯 듣기에도 좋은 음악이다.

전체 7장 중 4장까지가 느린 20박이다.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한시름 덜어놔도 좋겠다. 가을의 넉넉함이 황하를 타고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른다.

조용하지만 쉼 없이 연주무대에 서고 있는 가야금 명인 홍주희 교수(수원대)가 황하청을 들고 왔다. 황하청은 그가 즐겨 연주하는 작품 중 하나다. 연주자들은 대부분 장기로 삼는 레퍼토리들이 있기 마련인데, 홍교수에게는 황하청이 그렇다.

홍교수는 이번 독주회를 단 두 곡만으로 채우기로 했다. ‘천년만세’와 ‘황하청’이 프로그램의 전부다. 천년만세가 15분 정도, 황하천은 46분가량 연주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이다.

현경채씨는 홍교수에 대해 ‘음악적인 집념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지녔다’라고 했다. 그의 가야금은 나직하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온기가 살아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듣고 있으면 마음이 데워진다.

천년만세에서는 임진옥 교수(수원대)가 대금을, 황하청은 조유회(국립국악원 정악단)씨가 양금으로 홍교수의 가야금과 호흡을 맞춘다.

홍주희 교수의 황하청은 ‘단조로운 유려함’의 극한미를 들려줄 것이다. 눈을 감으면 햇빛을 받아 은박지처럼 반짝이며 도도히 흐르는 대하를 마주하게 된다. 서한범 교수(단국대)의 말처럼 ‘슬로시티 정신에 부합하는 녹색의 음악’이다.

어쩐지 책 한 권 들고 가야 할 것 같은 음악회다.

10월6일(화) 7시30분|국립국악원 우면당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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