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김선우“플레이오프까지승리투이어가겠다”

입력 2009-10-03 18: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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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역투를 펼친 두산 에이스 김선우.스포츠동아DB

김선우(32)는 두산의 에이스다. 선발진을 이끄는 맏형이자 팀 내 최다승(10승) 투수. 전반기 주춤했지만 후반기에는 무려 5승을 쓸어 담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 불안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9월 25일 문학 SK전에서는 5이닝 7실점이라는 최악의 피칭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했다.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등판일자는 예고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투수로 김선우를 지명했다. 1·2·3선발도 아닌 4선발. 그것도 홍상삼 금민철 등 어린 투수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김선우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 했다. 그래도 그는 준플레이오프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속이야 어떻든 팀 분위기를 위해 늘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 대신 마음속에 ‘절치부심’이라는 네 글자를 깊게 새겨 넣었다.

3일 사직구장. 마운드로 오르는 김선우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표정에서는 자못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경기가 시작되고 김선우는 이를 악물고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최고구속 150km의 빠른 직구로 롯데 타자들과 정면 승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초반 위기가 있었다. 2회와 3회 각각 이대호와 김주찬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특히 이대호 홈런은 롯데의 선취점이었다. 분위기에 좌지우지되는 롯데 특성상 선취점을, 그것도 홈런으로 허용하는 것은 승패를 가르는데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선우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적극적인 피칭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4회와 5회에는 타자들을 삼자범퇴 시키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5이닝 2실점. 그의 승리는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활약이었고, 그래서 더욱 값졌다.

김선우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인 만큼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다”며 “오늘 시즌 막바지에 비해 컨디션이 좋았고, 커브가 좋지 않아 스플리터로 던진 게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첫 포스트시즌 승리에 대해서는 “그것보다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잘 던지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직|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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