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차가을초대장] SK응원부단장이윤승씨인터뷰

입력 2009-10-07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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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응원부단장 이윤승씨.

인천 문학구장을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당연히 1루 쪽을 살펴야 한다. SK 응원부단장을 맡고 있는 이윤승(23) 씨가 그 주인공이다.

스스로를 ‘야구광’이라 말하는 이 씨는 어릴 적부터 야구단 응원단장이 꿈이었단다. 그런데 평생 꿈을 이토록 어린 나이에 이뤘으니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라나? ‘믿거나 말거나’다.

7일 두산-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문학구장. 역시 이 씨의 모습이 보인다. 2000년 팀 창단과 함께 창설된 SK 서포터스 ‘비룡천하’에 가입했고, 학창 시절 대부분을 야구장에서 보냈다. 대학 새내기였던 2005년 응원단장이 교통사고를 당해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우며 단상에 오르는 짜릿한 첫 경험도 했다. “우연한 계기였죠.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했지만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흥분된 기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고교 야구명문 제물포고 출신의 이 씨는 학교 야구팀의 경기가 있으면 어김없이 단상으로 불려나갔다. 재학생 2000여 명의 응원을 진두지휘하는 일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2005년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올해 4월에는 공식 응원단 부단장 직함을 얻었다. “올 시즌 개막 2차전이었어요. 한화와의 홈 경기였는데, 3만 관중석이 꽉 들어찼더라고요. 단상에 올랐는데, 몸이 떨리기 시작했죠. 전율이라고 하나요? 팬들이 저의 손짓 하나 하나에 열광하고 박수를 치는데….”

당연히 한 시즌에 100경기 이상 관전한다. 올해도 문학의 63경기 중 60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원정 경기도 서울권(잠실, 목동)은 개근했고 지방에서 열리는 경기라도 주말이라면 무조건 챙겼다.

8월에는 온 몸이 욱신거리며 아팠지만 어느새 광주 원정을 위해 자가용에 시동을 거는 자신의 모습을 보곤 본인이 깜짝 놀랐단다.

“어머니께서 점을 보는데 ‘평생 앞장서는 인생을 살 것’이란 괘가 나왔데요. 1년 대부분을 단상에 나가있으니 맞는 말이죠?”

하지만 고충도 있다. 응원단을 이끌다보니 소리치고 욕을 하고 싶어도 항상 웃고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애환이다. “팬들은 우리 선수들이 못하면 욕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잖아요. 전 그렇게 못해요. 속으로 울지만 겉으로는 웃는 삐에로처럼 말이죠.”

그래도 참을 수 없는 게 있다. 팀에 대한 이유 없는 비난.
“김성근 야구가 재미없는 ‘혹사 야구’라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어요. 경기 출장이 많다고 ‘혹사’란 표현은 맞지 않아요. 투구수가 기준이 돼야 하는데. 사실, 야구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팀이 바로 저희에요.”

영국 유명 작가 닉 혼비가 쓴 ‘피버피치’의 주인공과 꼭 닮은꼴이다. 심드렁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경기를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관전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사람. 혼비가 “어느 상대를 만나든, 재미없는 경기를 하다 결국 무너지는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지쳤지만 지겹진 않았다”고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SK가 자주 이기는 강팀이라는 사실은 다르지만.

한때 인천 야구를 대표했던 현대의 연고 이전에 대해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사랑해요. 물론, 배신감에 울기도 했고 한참 경기장을 찾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요. TV 중계를 보다가 참을 수 없어서 다시 구장을 찾았죠. 요즘은 그 때 떠난 분들이 서서히 되돌아오고 계세요. 야구장이 제2의 고향인데 밉다고 버릴 순 없잖아요.”
정말 못 말리는 남자가 아닐 수 없다.

문학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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