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의씨네에세이] PIFF개·폐막작은흥행참패숙명?

입력 2009-10-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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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징크스를 깨고 싶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진 감독은 영화제가 열리기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작이 좀처럼 흥행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부산에서 기분 좋은 바람을 탄 뒤 관객을 만나겠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한 징크스는 또 있습니다. 각종 영화제들은 영화 상영 말고도 영화 관계자들의 교류의 장을 위해 다양한 파티와 행사를 열곤 합니다. 예컨대 제작 및 투자배급사의 이름이나 영화 제목을 딴 ‘○○○의 밤’ 행사 같은 것이지요.

부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여서 올해 영화제에서도 많은 파티와 행사가 매일 밤 열려 영화 관계자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합니다. 그 활기 속에서 영화제를 실감하곤 하지요.

그런데 바로 이 ‘○○○의 밤’ 행사를 성대히 열기만 하면 그 다음해에 큰 흥행작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행사를 주최한 회사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여기서 굳이 그 회사들의 이름이나 영화 제목을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쯤 되면 징크스, 참 무서운 말임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그저 우연일 뿐입니다. 상업성이 짙거나 더욱이 영화제 성격에도 맞지 않는 영화라면 개폐막작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또 ‘○○○의 밤’ 행사 징크스 역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는 지나친 우스개소리가 아닐까요.

현장에서 바라본 올해 영화제는 바로 우연한 현상에 대한 확대해석이 만들어낸 징크스가 깨질 것임을 느끼게 합니다.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영화제 개막작으로서 손색없는 작품이면서 대중적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 개막작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이를 증명해주었습니다. ‘○○○의 밤’ 행사는 올해 영화제의 규모를 말해주듯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영화 관계자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의 흥행은 작품 그 자체라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려 합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관객과 대중에게 공감의 울림을 준다면 흥행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겠지요.

P.S. 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로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거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임을 알아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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