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PS를 통해 본 韓-美 야구의 차이점

입력 2009-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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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5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 포스트시즌은 큰 이변이 없었던 게 특징이다.

전력이 우세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더 우세한 팀이 월드시리즈를 넘어 우승까지 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LA 다저스보다 부분별 전력에 앞서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이고, 3인 로테이션을 고수한 양키스는 필리스에 투타와 수비에서 한수 위의 기량으로 27번째 정상에 올라섰다. 이변이 많은 게 야구지만 올 포스트시즌은 양 리그 최고의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해 멋진 승부를 펼쳤다. 박찬호가 필리스 멤버로 생애 첫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 더 흥미를 끌었다. 6년 만에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진출로 방송사도 시청률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6일 ESPN 인터넷사이트에서 ‘양키스를 싫어하느냐’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5%가 싫다고 응답 했다. 싫어하는 이유로 돈으로 전력을 끌어 올리는 점을 지적했다. 양키스는 분명 애증의 팀이다. 하지만 양키스를 싫어하면서도 그들의 게임을 본다.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을 지켜보면서 국내 프로야구와 많은 차이점을 새삼 느꼈다. 2009 포스트시즌은 심판들의 ‘오심 시리즈’라고 해도 될 만큼 숱한 오심이 쏟아졌다. 급기야 사무국은 월드시리즈에 내정했던 심판 가운데 처음으로 배정된 심판을 빼고 베테랑들로 채웠다. 그래도 오심이 나왔다. 그러나 오심을 대하는 감독들의 성숙한 자세는 배워야 된다. 선수단을 철수하는 국내 프로야구와는 달랐다. 확실한 오심이었지만 1분 이상의 어필이 없었다. 포스트시즌은 축제다. 긴 어필은 축제에 재를 뿌리는 격이다.

KIA가 7차전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한 장면과 6차전 양키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셰인 빅토리노를 2루 땅볼로 아웃시킨 순간은 모두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의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바로 눈물이었다. KIA 선수단은 나지완 외에도 거의 모든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다.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SK 채병용도 울었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울었다.

FOX-TV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을 다양한 화면으로 포착했다. 양키스 덕아웃과 그라운드 9명의 선수, 필리스 덕아웃. 관중 환호 모습 등. 그리고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중점적으로 비췄다. 첫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이고, 그동안 큰 경기에 약했던 점, 약물복용 탄로, 엉덩이 수술 등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로드리게스였다. 선수를 포옹하면서 눈가에 눈물이 잠시 스쳤지만 감정을 억제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우승 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별로 없다.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브리티시오픈과 NBA 정상에 올라섰을 때 눈물을 보인 정도다. 어렸을 때부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스포츠에 입문한 국내 선수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정서가 확실히 다르다. 대신 미국 선수들은 은퇴 때 자주 눈물을 흘린다.

박찬호가 올해 초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렸을 때 현장 기자들이 뜨악해했던 게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한국과 미국은 눈물도 차이가 있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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