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유별난 KLPGA규정 김빠진 신인왕 경쟁

입력 2009-1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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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시즌 마지막 대회만을 남겨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신데렐라가 결정됐다.

안신애(19·푸마)는 9일 끝난 대신증권·토마토투어 한국여자 마스터즈에서 공동 23위에 올라 신인왕 포인트 777점으로, 2위 양수진(18·넵스·613점)을 제치고 신인왕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대회가 남았지만 양수진이 우승하더라도 역전이 불가능해 일찍 신인왕이 결정됐다.

KLPGA 투어에서 신인들의 활약은 매년 또 다른 관심거리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미나(2002년), 김주미(2003년), 송보배(2004년), 신지애(2006년) 등 초대형 신인이 탄생하면서 그들의 활약에 따라 KLPGA 투어의 판도가 변했다.

올해 신인왕 경쟁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후보 중 단 한 명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주목받지 못했다. 신인왕에 오르기 위해 우승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니지만 역대 신인왕들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신인왕을 확정지은 안신애는 올 시즌 1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없이 신세계배 KLPGA 선수권에서 5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몇 차례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양수진도 우승 없이 우리투자증권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이다.

시즌 초 신지애의 뒤를 이을 초대형 루키 후보로까지 평가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평범했다.

그런가 하면 KLPGA의 애매한 신인상 후보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KLPGA는 정회원에 입회한 이듬해까지를 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정회원이 되면 신인 자격은 1년으로 끝난다.

지난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우승한 이보미는 이 규정 때문에 신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정회원으로 입회했지만 이듬해 정규투어 시드를 획득 못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1년간 2부투어에서 뛴 이보미는 올해부터 정규투어에 합류했지만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신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

야구나 축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의 경우 대회 출전수로 신인 자격을 부여한다. 프로야구의 경우 입단한 해가 아닌 대회 출전수로 신인 자격을 부여한다. 야수의 경우 60타석 이내, 투수의 경우 30이닝 미만으로 출전하면 5년간 신인 자격이 주어진다. 유망선수의 지속적인 발굴을 위한 조치다.

KLPGA 투어도 신인에 대한 규정은 입회연도가 아닌 대회 출전수로 규정했더라면 이보미는 올 시즌 신인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인왕 경쟁구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진다.

이보미는 우승 1회를 포함해 톱10에 7차례 진입했다. 올 시즌 성적을 신인왕 포인트로 환산하면 1000점을 훌쩍 넘겨 현재 1위인 안신애의 기록보다 앞선다.

이보미로서는 경쟁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신인 자격을 받지 못한 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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