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 MLB 수다] ‘美 이민국 파워’에 빅리거도 벌벌

입력 2009-12-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메이저리거는 어디를 가더라도 VIP대접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더라도 식당이나 나이트클럽을 가게 될 경우 주인의 자발적인 특별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 알아서 특별 대우를 해준다는데야 그걸 마다할 사람은 없다. 억울하라면 성공하라는 말처럼 그들이 누리는 그런 특혜를 심심찮게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배가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긴 음주운전같은 큰 실수가 아닌 이상 경찰도 눈을 감아줄 정도이니….

하지만 예외는 있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많이 다녀본 눈치빠른 사람이라면 단박에 짐작하고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변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항상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다. 도장 하나 찍는 게 뭐가 그리 심각한지 도무지 웃는 낯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항상 시무룩하거나 짜증스러운 표정이다. 그리고 그건 메이저리거에게도 절대 예외는 없다.

2003년 뉴욕 JFK공항에서 사건이 터졌다. 주연은 당시 뉴욕 메츠의 최고 유망주인 호세 레이예스였고 조연은 바로 나였다. 몬트리올 원정을 마치고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한 것은 새벽3시쯤.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선이었지만 국내선처럼 그냥 무사통과할 줄 알았다. 왜냐? 뉴욕 메츠선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선수 한명씩 입국심사대를 거쳐야 했다. 내 차례가 돌아와 여권과 영주권을 직원에게 넘겨줬다. 그런데 컴퓨터 모니터를 한참 들여다보던 직원은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조그만 사무실로 나를 데려갔다.

순간 당황할 수밖에. 잘못은 없지만 그래도 그 사무실은 미국에서 추방되는 사람들이 대기하는 곳이라 바짝 긴장했고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마침 레이예스도 나처럼 그 사무실로 호출을 당해 들어왔다. 동병상련이라고 내 입장에서는 든든한 후원군을 얻은 셈이다. 레이예스도 나처럼 긴장하기는 매 한가지여서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당시에 레이예스가 없이 나만 ‘걸렸다면’ 팀관계자들은 아마 나를 놔두고 그냥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최고 유망주가 입국을 제지당하자 단장 부사장 할 것 없이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왜 불려갔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메츠구단의 고위급 간부들이 사태해결에 나서면서 그나마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9.11사태 이후 미국의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설마 최고 유망주가 테러리스트는 아닐텐데…. 어쨌거나 외국 국적의 메이저리거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국적 메이저리거에게도 이민국은 영 까다로운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파워있는 기관을 꼽으라면 이민국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o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twitter.com/danielkim9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