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골프 이슈 ‘베스트 6’] ‘오잘공’ 양용은…‘업앤다운’ 미셸위…

입력 2009-12-27 17: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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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용어로 풀어본 남녀 스타들의 부침사
2009년 골프계에선 엄청난 기록과 사건·사고가 난무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LPGA에서 뛰는 우리 여자선수들은 역대 최다인 11승을 쓸어 담아 세계 정상을 굳게 지켰고, 양용은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아시아 최초로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연말에는 우즈의 불륜 스캔들이 터지면서 골프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2009년 스타들의 골프사를 골프용어로 풀어보고 2010년 성적을 예상해봤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 타이거 우즈, 밤의 황제로 추

항상 페어웨이를 향해 똑바로 볼을 날려 오던 모범생 골퍼 타이거 우즈가 마지막 18번홀에서 최악의 ‘OB(Out of Bounce)’를 냈다.


어쩌면 인생의 OB(Out of Bounce)가 될지도 모른다.
불륜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자존심과 체면을 차릴 겨를도
없이 매일같이 언론의 뭇매를 두들겨 맞고 있다.

철벽을 자처하던 후원사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치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생 OB라고는 내보지 않았던 탓인지 우즈는 OB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 하다. 아마추어라면 불쌍해서라도 다시 치라고 ‘멀리건(Mulligan)’을 주겠지만, 프로에겐 말 같지도 않은 얘기다. 방법은 하나다. 처음 플레이했던 장소로 돌아가 벌타를 받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2010년 예상성적 : OB의 충격이 너무 크다. 현재 상황으로는 더블보기도 어렵다. 그린 주변에는 숨어 있는 벙커와 해저드가 아직도 많다.
트리플 보기의 가능성이 높다.
양용은. 스포츠동아 DB

양용은. 스포츠동아 DB


○…<오잘공> 양용은, 아시아 남자 첫 메이저 챔피언 등극

양용은의 2009년 성적은 ‘굿 샷’ 중에서도 ‘오잘공(오늘 제일 잘 맞은 공이라는 의미의 속어)’이다. 이런 샷은 언제 또 터질지 기대하기 어렵지만 믿기지 않는 굿 샷이 나왔다.

지난 8월, PGA 챔피언십에서 일어난 기적은 아직도 생생하다. 14번홀에서 그림 같은 칩 샷을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하더니, 마지막 18번홀에서는 맥이 빠진 우즈를 상대로 환상적인 굿 샷을 날리면서 넉다운시켰다.


무명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양용은은 앞날이 창창하다. 언제 또 오잘공을 날리게 될지는 기약하기 어렵지만 내년 시즌 타이거 우즈가 골프 중단을 선언했으니, 무주공산이 된 마스터스에서 또 한번 오잘공을 날려주길 기대한다.

▲2010년 예상성적 : PGA 투어
도 양용은을 내년이 기대되는 선수 9위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우즈까지 빠졌으니 세컨드 샷을 확실하게 붙여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OK’ 버디다.
한복을 입고 우승컵을 들고 있는 최나연. 스포츠동아DB

한복을 입고 우승컵을 들고 있는 최나연. 스포츠동아DB


○…<나이스아웃> 최나연, 54전55기만에 생애 첫 우승

최나연의 LPGA 진출기는 험난했다. 벙커에서 시작해 러프로, 심지어 해저드까지 아슬아슬한 곡예행진을 해왔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본 최나연이 2년 만에 벙커에서 멋지게 빠져나왔다. 그림 같은 샷으로 핀에 가깝게 붙였으니 ‘나이스 아웃’이라 불러 줄만 하다. 벙커에서 빠져나와 버디까지 연결시켰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게
다가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이어 하나은행-코오롱 LPGA챔피언십까지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연속 버디행진을 벌이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어디까지 솟구칠지 기대된다.

▲2010년 예상성적 : 골프는 멘탈게임이다. 위기에서 안전하게 탈출했으니 그 다음은 멋지게 그린에 올리는 일만 남았다. 2연속 버디에 이은 줄
버디.
미셸 위. [스포츠동아 DB]

미셸 위. [스포츠동아 DB]


○…<업앤다운> 미셸 위, 미운오리에서 천재골퍼로 복귀

미셸 위만큼 많은 기대를 받고 LPGA 투어에 입성한 선수도 드물다. 시작은 좋았다. 개막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들어 롤러코스터 같은 성적을 내면서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우승과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 파 세이브는 고사하고 보기도 힘들어보였다. 위기에 처한 미셸 위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절묘한 어프로치로 파 세이브를 만들어 냈다. 기가 막힌 ‘업앤다운(레귤러 온에 실패했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했을 때 쓰는 용어
)’에 성공했다. 버디보다 값진 파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미셸 위가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2010년 예상성적 : 파 세이브가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절묘한 어프로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불안한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파 세이브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신지애. 사진제공 | KLPGA

신지애. 사진제공 | KLPGA

 

 


○…<홀인원> 신지애, 국내 이어 미국에서도 대박

예상은 했지만 시작부터 ‘홀인원’의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다. 신지애가 국내에 이어 미 LPGA를 석권하면서 골프역사를 새로 썼
다. 그의 활약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홀인원’이다.

LPGA 데뷔 첫해 신인상과 상금왕 동시 석권은 ‘골프 여왕’ 박세리도 달성하지 못한 값진 기록이다. 신지애의 다음 목표는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를 뛰어넘는 세계랭킹 1위다.

바짝 뒤를 쫓고 있어 목표달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작부터 대박을 터뜨려 부담되지만 신지애이기에 또 어떤 샷이 이어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신지애의 가장 큰 무기는 몰아치기다. 홀인원도 몰아치는 신지애다.


▲2010년 예상성적 : 첫 홀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정확하게 맞은 건 아니지만 지형지물의 덕을 봤다. 다음 홀에서도 클럽 선택만 잘하면 연속 홀인원이다.
최경주. 스포츠동아DB

최경주. 스포츠동아DB


○…<슬라이스> 최경주, 슬럼프의 끝은 어디?

최경주의 슬럼프가 예상외로 길다. 10년 간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스타로 군림했지만 하루아침에 1인자의 자리를 내줄 판이다.

그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져 온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후배 양용은이 먼저 이뤄내면서 어색한 1인자가 되고 말았다.

동반자가 ‘오잘공’을 날리면 다음 선수는 꼭 슬라이스가 나기 마련이다. 다행히 슬라이스엔 벌타가 없어 OB보다 낫다. 페어웨이로 잘 빼내면 파 세이브도 가능하다.

그러나 슬라이스가 심하면 숲 속으로 빠져 OB가 된다. 조심해야 한다.

▲2010년 예상성적 : 다행히 슬라이스가 심하진 않다. 악성이면 힘들겠지만 급성이라 빨리 치유하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페어웨이로 나오면 ‘파 세이브’를 기대할 만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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