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내부의 적과 동침?

입력 2010-01-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

‘방 배정’의 심리학
친분 관계·방장-방졸 상하 관계도 탈피

낯선 선수들 한방 배정 ‘소통의 장’으로

동일포지션끼리 묶어 경쟁유발 노림수

국가대표선수들이 합숙을 할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

바로 룸메이트를 정하는 일이다. 예전 같으면 최고참과 신참이 한방을 썼고, 이런 서열을 기준으로 방배정이 이뤄졌다. 방장과 방졸의 관계가 형성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한국축구의 최고 스타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이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현역 시절 이런 과정을 거쳤다.

히딩크감독 시절엔 전략적 방배정이 이뤄졌다.

당시 주장 홍명보와 박지성이 룸메이트였는데, 홍명보의 경험담이나 조언 등은 박지성이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이런 히딩크의 판단은 주효했다. 박지성이 현재 허정무호의 주장을 맡아 기대 이상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당시 홍명보에게 배운 덕분이 아닐까.

최근에는 친한 사람끼리 한방을 쓰는 경향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기성용과 이청용이다. 줄 곧 같은 방을 쓰며 경기에 대한 부담이나 긴장을 푼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서로 믿고 기댈 수 있는 사이라면 결코 나쁘지 않다.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방 배정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국내파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에 어떤 식이든 변화가 필요했다.

코칭스태프는 논의를 거쳐 숙소가 ‘소통의 장’이 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로 데면데면한 관계의 선수들을 조금이나마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동국(전북)-김신욱(울산), 노병준(포항)-하태균(수원), 김정우(상무)-구자철(제주), 염기훈(울산)-이승렬(서울), 오범석(울산)-이규로(전남), 김형일(포항)-강민수(제주) 등으로 이뤄졌다.

서로 같은 팀도 아닐 뿐 아니라 친한 관계도 아니다. 그렇다고 서열로 매겨진 방배정도 아니다. 태극전사끼리 한방을 쓰면서 소통의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첫 번째 선택 이유다.

방은 물론 식사 시간도 함께 하며 이들은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노림수가 숨어있다. 살펴보면 모두 같은 포지션이다. 이는 서로가 포지션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서로 경쟁관계라는 점도 염두에 뒀다. 그러다보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방 배정을 조금 달리했을 뿐이지만 여기엔 상당한 고민이 숨어있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 자리가 어려운 것이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