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남장 여인’위해 한때 남자로 살았다

입력 2010-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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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이 전무한 이야기…날 던졌다.’ 배우 이나영이 영화 ‘비몽’ 이후 2년 만에 새 작품을 선보인다. 그녀가 남장여인(?)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코드의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가 그것. 이나영은 이 영화에서 기존의 진중함을 덜어내고, 코미디 연기에 도전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배우 난, 날 던질 수 있는 작품만 한다
생활 갇혀 있다? 내 생활을 즐기는 것
일기 날 혼내고…웃고…
행복 늘 궁금 남들 행복은 관심 없고…
“많이 보여줘야 친근감이 생기는 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크고 동그란 눈망울은 더욱 커졌다. 시원시원한 생김새처럼 말도 거침이 없다. 배우 이나영에게 2004년 드라마 ‘아일랜드’와 영화 ‘아는 여자’ 이후 우연히도 2년 걸러 한 작품씩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 “이젠 좀 자주 봤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 대중이 더욱 친근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말을 끝내 전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자 대뜸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녀에게 다작(多作)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과 익숙해지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괜한 우문을 던졌나’ 싶을 때 그녀는 “까다로움”에 대해 말했다.

“당연히 까다로워져야 한다. 내가 잘 해야 하고 날 던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나영이 2년 만에 새롭게 자신을 던진 무대가 14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감독 이광재·제작 하리마오픽처스)다. 여자로 살아가던 영화 스틸 작가가 어느날 자신을 ‘아빠’라 부르며 나타난 아이와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 극중 이나영은 아이를 위해 남장을 하고 ‘아빠 시늉’을 내지만 실상 아이는 자신의 아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김지석)에게도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아픔을 지닌 ‘여자’로서 이나영은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관객 앞에 나선다. 여배우로서 선택을 하기에 그리 녹록지 않은 이야기라는 편견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전에 주저거린 채 던지다 만 질문의 본뜻부터 답을 들어보자.

- 우연이지만 2년 걸러 한 편씩 작품을 하게 됐다.

“그러네.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난 정말 (작품을)많이 찾는데 말이다. 끊임없이 신작을 리스트 업하고 주위 분들과 의논도 한다. 부러 쉬려 한 건 아니었다. (작품들과)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 혹시 까다로운 건 아닌가.

“일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번 작품도 2∼3개월 고민했다. 처음엔 거절도 했지만. 까다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해야 하고 캐릭터를 이해하고 만들어 자신있게 관객에게 추천하려면 내가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 그 고민의 중심엔 뭐가 있나.

“내가 날 던질 수 있느냐 하는 거다. 꼼꼼히 공부해야 하니까.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내가 전혀 알지도, 경험하지도 않은 이야기여서 기본의 밑바탕을 알아야 했다. 캐릭터가 영화 속 이전 세월을 어떻게 살았는지 같은 것. 그 캐릭터가 돼 일기도 써봤다. 책과 다큐멘터리도 봤고 사람들도 만났다. 준비도 힘들었다. 진정성과 느낌이 충분해야 하니까. 그저 관객이 밀어내지 말고 받아들여주기만 해도 좋겠다.”



-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선택하기까지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여배우로서 이미지도 있으니까. ‘굳이 네가 해야 하는 이유가 뭐니’라고 물어오곤 했다. 하지만 큰 고민을 하다보니 나중엔 별 게 아닌 게 되더라. 하지 않고 피하는 것도 웃기고.”


- 이나영이라는 배우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란 게 있는데, 그런 이미지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

“그런 불만을 가질 때는 지났다. 이젠 익숙할 뿐이다. 그냥 난 배우고 운동하고 그런 게 즐겁다. 작품이든, CF든 다양하게 표현하기에 달렸다. 어느 인터뷰에서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쉽게 답하지 못했다. ‘대체 뭘 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하고 싶거나 해야 할 것들을 하고 산다고 생각한다. 결국 생각 혹은 가치관과의 싸움이다.”


- 배우로서 직업적 회의를 가져봤나?

“없다. 허할 때는 있다. 우린 정신적 싸움을 하는 직업이다. 끊임없이 뭔지 모르는 걸 잡아내야 하는 것 같은 느낌. 내가 나를 찔러야 한다.”


- 무기는?

“지침이다. 나에 대한 지침. 일기를 쓰면서 내게 난리를 치곤 한다. 뭘 해야 하고 뭐는 뭐가 어떻고 그런 것 말이다.”


- 허할 때 쓰는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뭔가.

“낯섦, 열정, 긴장감, 느낌…. 뭐 그런 거다.”


- 혹시 감상주의(感傷主義)자인가?

“철학적이지 않지만 매일 그 단어들의 의미가 달라진다.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 늘 궁금하다. 주위에도 물어보면 진지하게 답해주지만 남들 얘기는 또 재미없다.(웃음)”


- 행복하지 않은가.

“그저 그렇다.(웃음) 그걸로 기사 제목을 뽑지는 않겠지? 쉽게 생각하면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단답형으로 할 답이 아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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