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김현진] 스타일 인 셀럽 ⑦

입력 2010-01-24 11: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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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청바지의 '은밀한' 궁합…여자 스타들은 왜 청바지 광고에 목숨을 걸까?

이효리는 대문자형 'S라인' 덕분에 섹시함을 미덕으로 삼는 '게스'모델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올 봄, 여름 '게스' 청바지가 선보이는 '로즈골드'콘셉트로 촬영을 마친 이효리. 사진제공 게스코리아.



이효리, 송혜교, 신민아, 한효주, 신세경, 문채원, 황우슬혜….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이번 시즌 국내외 대표적 청바지 브랜드의 광고 모델 또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발탁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여자 연예인의 청바지 광고 출연 붐은 그 여세를 몰아 올해는 더욱 뚜렷한 광고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데님 시장 확대를 꿈꾸는 브랜드들이 연예인의 스타성에 기댄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여자 스타들이 자진해서 청바지 광고 모델을 하겠다고 나서는 추세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청바지 모델 선정을 위해 연예인과 만난 자리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 까칠하다고 알려진 스타가 처음 보는 제게 '언니, 언니' 하며 '기회를 달라'고 애교를 떨어 놀랐어요. 또 어떤 연예인은 훨씬 높은 모델료를 챙길 수 있는 다른 TV CF 모델로 내정돼 있는데도 지면 광고만 하는 우리 브랜드 청바지 광고를 택하겠다고 의욕을 보이더라고요."

'리바이스'의 '뮤즈' 송혜교는 당당하고 발랄한, 그리고 친근한 여성상을 구현하는 모델이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생각하는 소신있는 여성상'을 테마로 한 올 봄 화보 컷. 사진제공 리바이스코리아



▶ 청바지 '장수 모델'의 특별한 궁합

프리미엄 진 브랜드 '세븐 포 올 맨카인드'의 문진이 실장은 "최고의 미녀 스타들이 선망하는 CF 품목이 화장품, 아파트에 이어 청바지로 옮겨 왔다"며 "특히 청바지 광고 모델에는 당대 최고의 몸매와 인기도를 두루 갖춘 스타가 발탁된다는 인식 때문에 여자 연예인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원한다고 아무나 모델로 뽑힐 수는 없는 법.

일단 어느 정도의 신체적 조건(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긴 다리와 가는 허리)과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중적 인지도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신체적 약점은 놀라운 컴퓨터 '요술'로 극복할 수 있다. 또 전략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인을 발탁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신체적 조건과 인지도는 모델 선정 과정에서 30∼40%의 영향력을 끼칠 뿐이다.

브랜드들이 정작 가장 중요하게 꼽는 요소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스타의 이미지가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브랜드와 스타와의 '팀워크'는 일단 이미지가 통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데님 브랜드 '게스'의 모델로 활동하게 된 이유도 브랜드와의 남다른 궁합 때문이다.

'게스'의 핵심 가치는 관능미다. '게스' 광고의 역대 글로벌 모델들인 클라우디아 시퍼, 드류 베리무어, 나오미 캠벨 등은 모두 광고 속에서 탄탄한 힙선은 물론 볼륨 있는 가슴까지 마음껏 드러내며 'S라인'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패밀리가 떴다'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길다'고 자백한 이효리가 '게스'의 모델로는 흠잡을 데 없는 이유 역시 한국인에게서 찾기 힘든 대문자형 'S라인' 덕분.

또 '게스'의 광고 속 섹시한 여성들이 헤프거나 남성에 의존할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남성들을 장악하고 지배할 것 같은 당당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는 사실도 이효리와 잘 맞는 부분이다.

김아중, 한채영 등의 빅스타를 모델로 기용해온 '게스'가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모델과 재계약을 맺게 된 것 역시 이효리와 '게스'의 절묘한 '속궁합(캐릭터)', '겉궁합(이미지)'을 짐작케 한다.

'게스코리아' 마케팅팀 석시영 차장은 "이효리 씨는 가슴-허리-골반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예쁘다. 봄, 여름 옷은 아무래도 가을, 겨울 옷 보다는 노출이 있는 편이어서 더욱 섹시한 이미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송혜교도 2008년 하반기부터 올 봄 까지 '리바이스'의 장수 모델로 활약 하고 있다. 광고 모델 발탁 초반에는 160cm 안팎의 아담한 키에, '연예인 표준 체형'보다는 약간 통통한 편인 그가 청바지 브랜드 모델로 뽑혔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부 안티 팬들은 '포샵 전 기럭지'라는 제목으로 송혜교의 광고 컷들을 심층 분석해 인터넷에 올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리바이스'와 송혜교는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찰떡궁합이다.

이는 청바지의 역사를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

청바지는 미 서부 '골드 러시' 시대, 미국 캘리포니아 금광의 광부들이 작업복으로 입기 시작한데서 유래한다. 1853년 청년 리바이 슈트라우스가 광부들의 작업복이 잘 찢어지는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텐트용으로 생산된 두꺼운 데님으로 바지를 만든 것이 청바지 역사의 시작이며, '리바이스'의 설립 배경이다.

이처럼 실용성과 대중성을 브랜드 DNA에 간직한 '리바이스'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쭉쭉 빵빵'한 모델을 기용할 수 없다. '리바이스'의 윤은지 대리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신체적 조건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델로 친근함을 주는 것이 마케팅 정책"이라고 말했다. 즉, 허벅지가 통통하고 다리도 짧은 '민간인'들도 진을 예쁘게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이 브랜드의 목표다.

'잠뱅이'가 이번 시즌에도 한효주를 선택한 것 역시 그의 친근하고도 트렌디한 이미지 때문이다. 김명일 총괄이사는 "브랜드 컨셉트가 섹시보다는 세련미, 트렌디함, 친숙함이다보니 이런 조건에 맞는 한효주 씨를 다시 낙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중에게 친근하면서 '시크'한 매력의 한효주도 이번 시즌 '잠뱅이'와의 모델 계약이 연장됐다. 이번 시즌에는 2AM과 함께 광고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잠뱅이.



▶ 청바지 모델하면 섹시해진다?

청바지 브랜드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활동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청순한 '무채색' 이미지였던 신민아가 육감적인 청바지 광고로 숨겨진 섹시미와 여성미를 비로소 꽃피우게 된 것.

'캘빈클라인진'의 신민정 과장은 "심플+섹시+모던이라는 브랜드 컨셉트를 살릴 수 있는 이미지의 스타를 찾다가 동안이지만 완벽한 S라인 몸매를 가지고 있는 신민아 씨의 드러나지 않은 매력을 '발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발적인 포즈를 통해 섹시함을 발견하게 된 신민아는 스스로도 크게 만족스러워했다는 후문. 그의 '브랜드 이미지'에 또 다른 가능성을 추가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캘빈클라인 진'의 광고용 화보를 통해 '섹시한 여인'으로 거듭난 신민아. 올 봄 여름을 겨냥한 화보 속에서도 여전히 요염한 여인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사진제공 캘빈클라인진


사실 '캘빈클라인 진'은 탄생 자체가 도발적이었다. 디자이너가 만드는 프리미엄 진으로는 처음으로 1978년 런칭한 이 브랜드는 30년 전인 1980년, 당시 15세였던 소녀 브룩 쉴즈가 청바지만 입은 채 손으로 가슴을 가린 모습의 광고를 내보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시 광고 캐치프레이즈는 '캘빈과 나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요(There's nothing between me and my Calvin Klein Jeans).'

또 2003~2005년, 역시 어려보이는 얼굴이 매력적인 슈퍼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와 모델 독점 계약을 맺은 것도 소녀와 여자사이 쯤에 놓인 그의 롤리타적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순수한 이미지의 소녀에게서 의외의 섹시함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브랜드 덕분에 소녀 같기만 하던 신민아도 여자로 거듭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캘빈클라인 진'은 스타마케팅을 활용한 국내 데님 광고의 불을 지핀 선구자적 브랜드로 꼽힌다. 2006년 상반기 이효리를 기용해 촬영한 청바지 광고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퉈 여자 연예인들을 모델로 발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민정 과장은 "당시 섹시 스타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함으로써 내리막길을 걸을 것 같았던 '이효리 파워'가 모던함을 강조한 섹시한 진 광고 이미지와 더불어 부활할 수 있었다"며 "'톱 모델'과 '고급 데님 브랜드'의 만남이라는 기획이 적중해 판매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이효리도 'CF퀸'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힐피거 데님'은 2010년 봄, 여름 신상품 '홀릭진'의 뮤즈로 문채원을 발탁했다. 청순하고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청바지는 여자 스타들의 '뮤즈'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힐피거데님



▶ 섹시+청순, 신인의 이미지메이킹 전략

한편 리바이스의 또 다른 라인인 '시그니처'는 지난 시즌 황정음에 이어 이번 봄 광고 모델로 황우슬혜를 발탁했다. 황우슬혜는 최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합류해 대중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뉴 페이스'다.

'시그니처'가 오락 프로그램의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 역시 친근함을 내세우는 '리바이스'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커플 컨셉트로 촬영되는 이 회사 광고 정책 상 오락 프로그램에서 가상 부부 역할로 출연, 애교 많고 발랄한 여성상을 보여준 이들이 가장 적합하리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

한편 지난해 이민정에 이어 이번 시즌 문채원을 발탁한 '힐피거 데님'의 모델 채용 전략은 '빅스타'보다는 '라이징 스타(rising star)'를 선택하는 것.

"이전 모델은 이하늬, 박시연 씨 등이었는데 우리 CF를 찍고 나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신선한 이미지의 스타에게서 의외의 모습들을 끄집어내고 이를 이슈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힐피거 데님' 한현정 과장)

'버커루'도 비슷한 이유로 MBC '지붕뚫고 하이킥'의 스타 신세경을 올 상반기 모델로 발탁했다.

청바지 모델로 낙점된 신인들의 공통점은 글래머이거나 섹시한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적합하다는 것.

한현정 과장은 "섹시함을 드러내놓고 내세우지 않는 브랜드들조차 광고 속에서는 은근한 섹시미를 연출하려하고 또 동시에 청순함까지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신예 스타들이 더욱 청바지 광고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순한 글래머', 즉 청순한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는 요즘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여자 연예인상인만큼 신인일수록 광고를 통한 초반 이미지 메이킹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준 황우슬혜는 올 봄 \'시그니처\'의 새 모델로 뽑혔다. 청바지 뿐 아니라 편안한 캐주얼 의류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이 브랜드는 \'친근함\'을 모델의 미덕으로 꼽는다. 사진제공 리바이스 코리아.


패션 전문가들은 기능적 목적에 의해 탄생한 청바지에 섹시한 이미지가 덧대진 것은 1978년 '캘빈 클라인 진'이 런칭한 시점이라고 꼽는다. 디자이너가 만드는 프리미엄 진의 원년인 이때 이후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섹시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는 "1970년대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제임스 딘 등이 밑위가 짧아 하체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는 나팔바지 스타일의 청바지를 소화해 냈고 이 때부터 진은 남성의 섹시미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청바지는 태생적으로 솔직하고 섹시합니다. 이것만큼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은 없기 때문이죠. 신체적 유전자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하다 보니 얼굴에서 몸으로 관심이 옮겨간 뉴밀레니엄 시대 현대인들의 '섹시 아이콘'이 됐죠. '시대의 아이콘'을 꿈꾸는 연예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청바지는 남녀평등과 패션의 민주화란 측면에서 패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평가받는다. 청바지 역사에 담긴 히피 정신과 모더니티는 어쩌면 '특별히 축복받은 유전자'를 가진 전문모델을 대신해 연예인이 청바지 모델로 활동하게 됨으로서 다시 한번 부활하게 된 것일지 모른다.

'일반인'들은 모델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인 신체적 조건을 가진 여자 스타들을 통해 나도 21세기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 '섹시+청순'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거나 착각한다.

그래서 청바지는 '꿈'을 파는 아이템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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