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베이스볼] 하루 훈련에 2500만원 ‘꿀꺽’

입력 2010-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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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수확의 시작은 봄에 뿌리는 씨앗에서부터다. 8개 구단이 스프링캠프에 많은 돈과 공력을 들이는 이유다. 하와이에 캠프를 차린 한화 한대화 감독(위 사진 오른쪽)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일본 미야자키로 간 두산 선수들이 줄 맞춰 열심히 뛰는 이유도 전훈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

전지훈련의 경제학
40여일 스프링 캠프 구단 성적 좌우
숙식·항공료·인건비 등 8∼10억원
1년 운영비 5% 안팎 큰돈 전폭 지원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스프링캠프에 전면 돌입했다. 한 구단이 1년 동안 쓰는 운영비는 대략 200억원 안팎. 살림 형편에 따라 구단마다 제법 차이가 나지만 평균적으로는 이렇다. 200억원이라고 보면 역시 선수단 연봉 및 프런트 월급으로 지급하는 ‘인건비’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40일 안팎으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에는 적게는 8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들어간다. 전체 예산에서 적잖은 몫이다. 각 구단은 스프링캠프의 성패가 한해 농사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처럼 큰 돈을 쏟아 붓고 있다.



○A구단 사례로 본 지출내역

A구단이 올 스프링캠프 예산안으로 책정한 금액은 총 9억원(표 참고). 아무래도 가장 큰 돈은 ‘먹고 자는데’ 들어간다.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A구단 역시 전지훈련단은 50여명의 선수들에 코칭스태프, 지원프런트까지 7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인원이 40여일간 호텔에서 먹고 자는데 제일 큰 돈이 들어간다. 호텔의 경우 선수와 코치는 대부분 2인1실을 쓰고, 감독과 용병만 1인 1실을 쓰는 편이다.

호텔·식사비용 외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건 항공료다. 이는 다른 구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A구단의 경우 전훈지를 한번 옮기기 때문에 1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항공료로 책정하고 있다. 현지에서 선수단 이용 시 사용하는 버스나 밴 차량의 렌트비(기름값 포함) 또한 만만치 않다. 구장도 임대료가 들어간다. A구단은 현지 구장시설이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사비를 포함한 4500만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부식비 700만원은 대부분 김치구입비다. 현지 호텔이 선수단을 고려해 김치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맛이 국산만 못하기 때문에 각 구단은 전훈 출발 때 어마어마한 양의 김치를 공수한다. 다른 B, C 구단의 예산안을 살펴봐도 총액은 5000만원 안팎 차이가 났을 뿐, 대부분 항목에서 엇비슷했다.


○환율에 울고 웃는 구단들


2008년 후반기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환율이 급등하자 8개 구단은 지난해 전훈 출발을 앞두고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예년과 똑같이 한다면 현지에서 써야 할 돈은 훨씬 늘어나기 때문. ‘부자구단’으로 불리는 삼성이 지난해 평년보다 늦게 전훈을 시작한 것도 그래서였다.

반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환율이 내려가 구단 입장에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B구단 한 프런트는 “일본 만해도 십수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똑같은 호텔에 묵더라도 지난해는 거의 두 배의 금액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올해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똑같은 도시에서 같은 호텔을 쓰는 B구단은 이번 전훈에서 환율 덕분에 지난해 대비 약 17%의 예산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작전(?)도 변한다!

요즘은 법인카드 사용이 일반적이지만 현금 사용이 대부분이었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 관리는 쉽지 않은 작업 중 하나였다. 현지에서 보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고 해외로 가져나가는 자체도 쉽지 않았다. 해외로 나갈 때 개인이 1만달러 이상은 소지할 수 없는 규정 탓이다.

각 구단은 그래서 과거 프런트나 선수에게 현금을 나눠준 뒤 현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수하는 방법을 썼다. 6년 전이던 2004년에도 이에 따른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시 모 구단 한 직원은 ‘구단 돈’ 1만달러를 갖고 있었는데, 순진(?)했던 그 직원은 현지 세관을 통과하며 ‘묻지도 않은’ 1만달러를 소지하고 있다고 자진신고를 하고 말았다. 원칙상 맞는 말이었지만 그 정직한 신고 탓에 비행기를 갈아타려던 전 선수단의 일정이 하마터면 꼬일 뻔했고, 그는 진땀을 흘린 뒤 빠듯한 시간 속에서 겨우 비행기에 환승할 수 있었다.

법인카드를 많이 쓰며 간편해진 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현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역이나 코디네이터 등의 인건비 등은 카드 결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모 구단은 그래서 요즘은 최소한의 현금만 갖고 가고, 그 이후에 추가 현금이 필요하면 송금해서 뽑아 쓰는 방식을 택한다. 현지에서 직원이 ‘외국인 계좌’를 만들고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국내 사무실에서 송금하는 방식이다. 출국 때 나눠줬다가 현지에서 회수하고, 호텔 보관도 쉽지 않았던 과거에 비하면 훨씬 편리하고 안전한 셈이다.


○전문털이범에 당한 한 구단


큰 돈이 들어가는 스프링캠프인 만큼 각 구단은 철저한 관리에 힘을 쏟지만 가끔씩 사고가 나기도 한다. 앞서 말한 ‘자진 신고’ 프런트는 애교 수준. 2005년 모 구단에서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소는 해외가 아닌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전훈을 위해 출국하려던 한 직원은 공항에서 대기 중 노트북과 더불어 제법 많은 ‘구단 현금’이 들어 있는 가방을 분실했다. 낭패를 본 그 직원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한 한국인 여성이 가방을 주웠다며 연락해 왔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는 개인 주머니를 털어 사례금을 준비했는데,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그 여성이 배보다 배꼽이 클 만큼 큰 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이 여성은 원하는 만큼의 사례금을 받지 못하자 나중에 구단 사무실로 전화를 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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