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김현식20주기의해…그가그립다] 히피 패션 아닌 ‘귀티 패션’ 한국의 ‘제임스 딘’ 이었죠

입력 2010-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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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스포츠동아DB

□ 김현식에 대한 3가지 추억
1990년 세상을 떠난 김현식은 30대 이상에겐 추억이지만, 젊은이들에겐 그저 노래로만 남아 있다. 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한다.


○추억 하나…시대의 패셔니스타

김현식은 남다른 패션감각을 가진 패셔니스타였다. 가수 이승철은 “당시 가수들의 일반적인 패션의 개념을 초월했다”고 회상했다. 이승철은 “80년대 대부분의 가수가 아랫단이 넓어지는 ‘나팔’ 청바지와 앞코가 뾰족한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다닐 때, (김)현식이 형은 재킷에 코듀로이(골덴) 바지나 면바지를 입고 다녔다”면서 “당시 가수들은 화려한 의상을 통해 자기가 가수란 사실을 과시하려 했던 심리가 있었지만, 현식 형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패션은 ‘귀티’가 났다”고 말했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도 “김현식 형은 얼굴이 제임스 딘이었다. 늘 넥타이가 얇은, 제임스 딘 양복 같은 걸 입었다”고 회상했다.


○추억 둘…병상에서 ‘마지막 콘서트’

김현식의 마지막 콘서트는 그가 사망하기 수개월 전 입원했던 서울 금강병원에서 이뤄졌다. 밤샘녹음과 폭음, 줄담배로 얻은 간경화로 인해 수시로 쓰러져 병원에 자주 드나들던 1990년 여름. 병원에서 알게 된 어느 여자 환자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통기타를 들고 즉석 공연을 벌였다. 관객은 환자들과 간호사 몇 명. 김현식은 이를 작은 휴대용 녹음기에 녹음해 그 환자에게 선물했다. 이는 다시 CM송 가수 정희재 씨에게 넘겨졌다가 2002년 1월 ‘더 시크베드 라이브’란 이름으로 음반으로 출시됐다. 이 음반에는 ‘자 다음 곡은…입니다’, ‘조용해 인마’ 등의 육성과 함께 환자들의 소근거림, 면회객들의 박수소리, 문 여닫는 소리, 버튼 누르는 소리 등의 ‘소음’이 친근하게 섞여 있다.


○추억 셋…운명처럼 얻은 불멸의 히트곡

김현식의 노래 중 대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는 역시 ‘내사랑 내곁에’이다. 가수 이승환과 ‘이오 공감’이란 음반을 내기도 했던 오태호가 작곡한 이 곡은 김현식이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받게 된 노래였다. 김현식이 신촌블루스로 활동하던 1988년, 세션으로 지방 공연에 참가했던 작곡가 오태호는 대기실에서 “얼마전 작곡했다”며 기타로 새 노래를 들려줬다. 이때 김현식이 듣고 자신에게 줄 것을 요청했다. 오태호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곧바로 나온 김현식 5집 ‘넋두리’에는 실리지 않았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그가 사망한 후 발표한 6집에 타이틀곡으로 담겼다. 긴 투병생활의 힘겨움이 배인 목소리로 한이 서린 듯 절규하는 노래는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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