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김현수 때문에, 김현수가 슬퍼요”

입력 2010-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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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야구장이 미어터지는 줄 알았어요. 개막과 동시에 구름관중 몰려왔어요. 만원관중 앞에서 선수들 신났는지 개막전부터 화끈 승부 펼쳤어요. 프로야구, 올해도 출발 좋아요. 하지만 속쓰린 사람들도 많았어요. 팬들은 어이없고, 선수들은 속상해요. 2연패한 속사정 들어보면 더 가슴이 아려요.》
○김현수들의 탄식, 왜 ‘머신’의 이름은 하필 김현수일까?


야구장엔 신(神)이 많아요. 야신, 여신,종범신…. 두산 김현수는 ‘머신’이래요. 개막 2연전부터 폭풍타 쳐요. 시작부터 신문 1면과 포털사이트 톱을 다 휩쓸어 버려 김현수 정국이에요.

근데 1명이 워낙 날리다 보니 다른 김현수들은 좀 소외감 느껴요. 사실 SK에도 김현수 있어요. 통역 업무를 보다 올해 홍보팀으로 이동한 김현수 매니저에요. 요즘엔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휩싸여 있어요. SK 김현수라고 검색어를 쳐도 ‘김현수 결승타, SK에 승’이라고 뜬대요.

그래도 김 매니저는 다른 김현수들을 보고 위안 삼아요. 축구선수 김현수는 한때 국가대표까지 했지만 묻혀버리고 있으니까요. 알고 보면 연예인 김현수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에 김현수는 1명밖에 없는 듯한 분위기. 여하튼 대세는 김현수에요.


○주사는 역시 아파야 해요

디펜딩 챔피언 KIA, 올해도 우승 다짐하며 개막하기 전에 단체로 주사 맞았어요. 잠실 두산전을 위해 서울로 이동한 뒤 단체로 영양제, 엉덩이 아니라 팔뚝에 꽂았어요.

주사는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역시 아파요. 그래도 피로가 싹 가신대요. 그동안 찬 바람 맞으며 땀 흘린 보상인가 봐요. 주사까지 달콤해지니, 올해도 꼭 우승해야겠어요. 하지만 훨씬 더 아픈 주사 두 방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KIA, 잠실에서 두산한테 깔끔히 2연패 당했어요. 지난해에 이어 두산전 6연패라서 더 아파요. 동물의 왕국 보면 곰이 호랑이 보고 도망가던데, 사실이 아닌가 봐요. 곰탕을 많이많이 먹어도 소용없어요.

그래도 따끔한 두산 주사 맞으니까 정신이 확 들어요. 만만치 않은 올 시즌 각오도 새로워져요.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주사도 아픈 만큼 몸에 좋은가 봐요.


○눈물 짓는 곰도 있었어요

곰군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좌완불펜 진야곱은 마무리훈련∼스프링캠프∼시범경기 거치면서 희망 안겼어요.‘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도 데리고 온다는데 위력적인 볼로 타자 요리하는 좌완투수의 성장에 달 감독 얼굴에 웃음꽃 피었어요. 그런데 개막전에서 한 타자 상대하고 강판됐어요.

처음에는 포수 미트로 안 던지고 자꾸 머리 위로 던져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래요.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전력투구하다가 좋지 않던 허리근육 또 놀랐대요. 결국 다음날 2군행 버스 탔어요. 내려가라는 소리에 진야곱, 그만 그 자리에서 울음 터트리고 말았어요.

지난 시즌 시작하자마자 허리부상으로 울면서 내려갔는데 올해 똑같이 반복됐어요. 1년을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허무하게 기회 날렸으니 피눈물 날만 해요.


○무시무시한 소녀시대의 위력

‘약은 약사에게, 오빠는 소시에게!’소녀시대의 영향력은 프로야구라고 예외는 아니에요. KIA 양현종은 “태연(소녀시대)의 꿈을 꾸면 그날은 잘 긁힌다”고 공표했어요. 소녀시대 ‘빨’은 곰들에게도 예외 아니에요.

28일 잠실 KIA-두산의 개막 2번째 경기 때 소녀시대 그라운드에 나타났어요. 관중석에서 한국시리즈 못지않은 함성 쏟아져요. 두산 프런트들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 번져요. “그렇게 좋냐”고 묻자 더 의미심장한 미소 지어요.

이유 간단해요. 지난해 개막전에서 소녀시대 유리가 시구했다가 이겼대요. 2회까지 6점 내줄 때는 안 믿었는데 결국 10-9로 역전승했어요. 이쯤 되니 인정 안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여기에 꼭 지켜야하는 룰 있대요. 소녀시대는 반드시 9명이 다 와야 한대요.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윤아(소녀시대)가 홀로 시구했지만 통한의 패배 당했어요. 뭉쳐야 진짜 힘을 내는 소녀시대인가 봐요.


○식당칸이 기관차도 되나 봐요!

기차 타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 있어요. 즐거움이 넘치는 곳, 애들이 특히 좋아해요. 식당칸이에요. 입석표 손에 쥔 사람은 아예 식당칸에 진 쳐요. 근데 식당칸은 기차에만 있는 게 아니래요. 7번타자부터 9번타자까지, 야구의 하위타선을 식당칸에 비유해요. 쉬어가는 곳, 상대 투수들이 제일 좋아해요. 다른 말로 ‘경기진행요원’도 돼요. 경기 빨리 끝나게 도움(?) 줘서 그렇대요. 하지만 식당칸이 가끔 기관차 돼서 기차 끌어요. 물론 진짜 기차에서는 불가능해요. 27일 대구 개막전이었어요. LG가 연장 11회 삼성을 7-5로 꺾었어요. LG 8번 오지환은 5회 삼성 에이스 윤성환을 3점홈런으로 두들겼어요. 그러자 LG 구단 관계자, 흐뭇한 미소 속에 굵고 짧은 외침 실었어요. “식당칸의 반란이에요.” 연장 11회, 이번에는 LG 9번 박용근이 결승 2타점 중전적시타 쳤어요. 박용근은 10회부터 투입됐어요. 바뀐 식당칸이 초보 기관사 박종훈 감독에게 잊지 못한 선물 안겼어요.


○롯데 2연패에 놀란 사람 있어요

롯데의 사직 개막 2연전, 올해도 어김없이 KNN 이성득 해설위원이 중계 맡았어요. 하지만 이성득 위원 특유의 편파해설이 평소와는 달랐어요. 살짝살짝, 머뭇머뭇. 수위조절 느껴져요. 롯데에 대한 애정 식어서? 절대 아니에요. 이런 휘둥그레지네이션. 알고 보니, 넥센 타이어가 KNN 대주주에요.

넥센이라는 회사, 부산·경남에서 많이 먹어준대요. 마구잡이로 넥센 몰아붙이는 해설했다가 대주주 눈밖에 나면 안 돼요. 편파해설 대신 알게 모르게 넥센 타이어에 대한 설명 곁들여요.

이성득 위원, 롯데가 사이좋게 1승1패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2연패라 너무 아쉽대요. 임수혁 돕기에 앞장서서 부산팬들에게 박수 받은 넥센. 이러다 정말 롯데와 사촌 팀 되겠어요.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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