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의 승부 조작 파문으로 e스포츠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것도 지난 10여년간 사실상 국내 e스포츠를 이끌어 온 인기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문제가 됐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14일 일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전직 프로게이머 또는 e스포츠업계 출신의 불법 베팅사이트 브로커와 접촉해 고의로 게임을 져주는 등 승부 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10명 안팎의 전현직 선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선수가 불법 베팅 사이트의 브로커 역할을 하며 현직 선수에게 접촉해 승부 조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e스포츠업계는 이 사건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번 사건으로 e스포츠 ‘판’ 자체가 깨지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일부 e스포츠팀 운영사 내부에서는 벌써 팀 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팬들은 관련 커뮤니티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확인되지 않은 설들을 퍼 나르고 있으며, 일부는 프로게이머 여러 명의 실명까지 거론하고 있다.
검찰에서도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위재천 부장검사)는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게이머들이 브로커와 짜고 승부를 조작한 의혹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수사를 의뢰한 한국e스포츠협회의 관계자를 최근 소환해 게임리그 운영 구조와 불법 인터넷 베팅사이트와 프로게이머 간의 유착상황 등 사건의 배경을 둘러싼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팅사이트에서 금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짙은 게이머들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상벌위원회를 거쳐 관련 선수들을 중징계하고 e스포츠 대상 불법 베팅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다.
e스포츠의 존재 이유이자 근간을 뒤흔든 이번 승부조작 사건 이후에도 팬들이 전처럼 선수들을 신뢰하고, e스포츠에 열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이저리그는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승부조작을 했던 그 유명한 블랙삭스 스캔들 때 새로운 총재를 모셔오고 관련 선수들을 전원 영구추방하면서 위기에 벗어난 적이 있다. e스포츠도 존립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혹을 모두 밝힌 뒤 관련자들을 영원히 퇴출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