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시신 찾았다고 축하받다니…이런 기막힌 일이 있습니까”

입력 2010-04-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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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시신 함수에 있기를”
천안함 가족들 한마음 기원
16일 천안함 침몰 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의 표정은 엇갈렸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시신을 못 찾은 실종자 가족들은 침통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제2연평해전 생존 장병이었다가 천안함 실종자에 포함된 박경수 중사(29)의 가족은 “이렇게 큰 배가 침몰한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인데 경수가 희생자 중 못 찾는 사람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이창기 원사(40)의 형 이완기 씨(43)는 가족대표단으로 뽑혀 천안함 함미 내부를 둘러보고 온 뒤 “혹시나 해서 둘러봤지만 가망이 없다”며 “24일경이면 함수가 올라온다니 지켜봐야지” 하고 함수 수색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은 전날보다 한층 평온한 분위기였다. 고 나현민 일병(20)의 아버지 나재봉 씨(52)는 “어제 시신 찾았다는 소식에 다들 ‘축하한다’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더라”며 “(주검으로 돌아온 걸) 축하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시신을) 찾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2함대사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귀가했던 희생자 친지들이 주말을 맞아 향후 절차를 위해 부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1층 상황실에도 여느 때보다 많은 30여 명이 모여 전날 함미 수색과 시신 안치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시신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주검을 떠올리며 밤새 울다 지친 가족들이 내실에서 심신을 추스르는 동안 고 김태석 상사(37) 등이 살았던 해군아파트에는 집집마다 조기가 걸렸다.

이날 고 김동진 하사(19)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평소 아들을 동생같이 돌본 실종자 최한권 상사(38)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 편지에서 홍 씨는 “최 상사님. 동진이를 동생같이 잘 돌봐주시겠다 하셨는데 왜 그 약속을 저버리십니까. 끝까지 같이하셔야지 왜 그 차디찬 물속에 계십니까. 7명을 데리고 빨리 돌아올 것을 감히 명령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홍 씨는 평소 아들이 형처럼 따른 최 상사가 15일 귀환하지 못하자 슬퍼하다 편지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날 천안함 사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은 성금 700여만 원을 가족들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에는 고 장철희 이병(19)의 아버지 장병일 경위(47)가 근무하고 있다. 경찰서 직원 600여 명은 동료의 어려움을 돕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자 모금운동을 벌였다. 1990년 9월 경찰 생활을 시작한 장 경위는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찰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는 등 책임감이 뛰어난 경찰로 알려졌다.

평택=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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