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폭발물, 바닥서 5m 위인 수심 35m서 터진듯”

입력 2010-04-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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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음파 분석 전문가 나정열 명예교수 산출
지진파-TNT규모 대입한 결과, 직접타격 아닌 버블제트 시사

지난달 26일 천안함을 침몰시킨 폭발물은 수심 35m가량에서 터졌을 공산이 크다고 국내의 대표적인 수중음파 전문가인 나정열 한양대 해양환경과학과 명예교수(사진)가 16일 밝혔다.

천안함 침몰 지역의 수심은 40m이므로 폭발물이 수심 35m에서 터졌다면 이는 천안함이 어뢰나 기뢰에 직접 타격을 받은 게 아니라 배 밑에서 터진 폭발이 일으킨 버블제트 등에 의해 두 동강 났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준다.

국방과학연구소 수중음향실장을 지낸 나 교수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상청의 지진파 측정 결과를 토대로 수중음파를 분석해 천안함 폭발 규모와 수심의 상관관계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배 밑 32m에서 폭발

 

나 교수는 “폭발물이 터지면 충격파(shock wave)가 생기고 이어 2차 충격파인 버블펄스(bubble pulse)가 나타난다”며 “지진파 분석 결과 천안함 사건의 경우 이 간격이 0.5초로 나타났다. 이를 수중음파 측정 공식에 대입해 폭발물의 양과 수심에 따른 함수 관계를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천안함 사건의 경우 백령도 지진관측소가 관측한 지진파(리히터 규모 1.5)를 토대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추정한 폭발력이 TNT 170∼180kg이었는데 이를 함수에 대입해 보니 폭발 지점이 수심 34∼35m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사건 지점의 수심이 40m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폭발물은 해저로부터 5m가량 위에서 터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바닥에 깔린 기뢰가 터졌을 여지는 사실상 배제되는 것이다. 또한 천안함이 정상 항해 상태에서 물에 잠기는 부분(흘수·吃水)이 3m가량이므로 배 밑 32m가량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폭발물이 터지면 고체가 기체로 바뀌면서 충격파가 생긴다. 이어 팽창된 충격파가 수압으로 인해 터지면서 버블펄스가 생긴다. 버블펄스는 폭발 에너지에 수압의 폭발력이 더해지기 때문에 충격 에너지가 초기 충격파보다 더 크다. 천안함은 첫 번째 충격에서 함체 중간이 상부로 꺾였다가 다시 아래로 휘어지며 부서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해양공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버블제트 효과라고 설명한다.




○천안함의 잠수함 사각지대는 400m

나 교수는 천안함 사건 지점의 주변 환경을 분석해서 천안함이 소나(수중음파탐지기)를 통해 잠수함을 관측할 수 있는 거리도 계산했다. 사건 주변 해역이 수심 40m로 수온이 4도인 것을 가정할 때 천안함은 주변 1.8km 이내의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었으나, 잠수함의 경우 천안호를 탐지할 수 있는 거리가 2.2km로 계산됐다. 천안함은 능동(active) 방식의 소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탐지 거리가 짧고 잠수함은 수동(passive) 방식의 소나를 써서 탐지 거리가 0.4km 더 길기 때문이다.

한편 나 교수는 사건 지점 바닥이 펄이기 때문에 기뢰가 터졌다면 바닥이 깊게 파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폭발 당시 생존자와 초병들이 폭발물이 터질 때 생기는 섬광을 보지 못한 것은 섬광이 터지는 시간이 100만분의 6∼7초로 짧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원일 천안함 함장이 “‘쾅’ 하는 충돌음과 함께 배가 오른쪽으로 90도 기울었다”고 말한 것은 외부충격이 천안함의 측면에서 배를 밀어낸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나정열 명예교수 약력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수중음향 전공. 40년 이상 잠수함 탐지와 수중통신 연구. 1977∼86년 국방과학연구소 수중음향실장, 1986∼2008년 한양대 해양환경과학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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