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고민은 계속 늘어만 간다
닌텐도와 소니 입장에서는 참으로 괴로운 2010년 상반기가 되고 있다. 차근 차근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노려온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시장에 안착 시키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4월3일 북미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아이패드'는 기존 OS 사용, 4:3비율 화면, 카메라 제외 등 여러 단점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첫 날에 50만대를 가볍게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판매량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100만대 돌파는 가볍게 성공할 것이고 200만대도 여름 전에는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아이패드'에 선전에 힘 입어 EA와 게임로프트 등 유명 퍼블리셔들은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게임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약 30여 개의 게임들이 '아이패드'용으로 출시돼 게이머들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까지 예정된 타이틀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선전하지 못할 것' '큰 걱정하지 않는다' 등의 입장을 내놓던 닌텐도와 소니도 이 같은 선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로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두 기업에게 애플은 공공의 적이자 넘어야 할 산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약점 많지만 애플이라는 점, 소비자들 눈길 잡기엔 충분>
'아이패드'는 사실 휴대용 게임기라고 보기에는 약점이 너무 많다. 우선 생각보다 큰 크기부터 터치 스크린을 활용한 조작감이 게임에 매우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장시간 들고 즐길 수 있기엔 무리가 있으며, 사양 자체가 기존 아이폰 등과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패드' 용 게임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신작 대신 기존 아이폰 게임을 확장 이식하는 형태를 띄고 있고 조작 형태도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아이패드'를 겨냥하고 게임을 내기 보다는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이식 형태의 게임들이 많이 나오게 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향후에 나올 게임들이 이보다 매우 좋을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체들은 '아이패드'용으로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초반에 나온 폭발적인 수요만 봐도 이미 충분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 그리고 기존에 게임기라는 인식 대신 휴대용 넷북, 또는 e북 개념을 가진 일반 사용자들에게 '아이패드'는 꽤 매력적인 기기라는 점도 게임 업계 관계자의 관심을 사는 부분이다.
<닌텐도, 소니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이 같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약진으로 힘들어 진 곳은 경쟁사로 볼 수 있는 닌텐도와 소니다. 각각 NDS 시리즈와 PSP 시리즈를 게임 시장 내 공급해온 양사는 애플의 강세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양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먼저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게임은 1~12달러 수준의 가격을 가지고 있지만 NDS와 PSP용 게임들은 30~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휴대용 게임들이 많은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잠시 즐길 시간을 찾는 라이트 게이머들에게 12달러 '아이패드' 게임이나 30달러 NDS 게임의 재미는 비슷하다는 것.
게임기로써의 역할만 하는 기기라는 이미지도 벗어나야 한다. 사실 소니의 PSP는 일찌감치 휴대용 게임기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PSP의 거창한 기능만 봐도 소니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닌텐도 역시 NDSi를 선보이면서 단순한 게임기가 아닌 여러 가지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기기로 다시 태어난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들의 메인 기능은 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특징을 가진 멀티미디어 기기 '아이패드'나 휴대전화인 아이폰에 비해 일반적인 소비자층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이 외에도 시장 내 타겟층을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부족하고, 게임 라인업도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족하다. 게임기라는 인식 때문에 NDS는 저연령층에게, PSP는 20~30대 층에게 주로 인기가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쓸 수 있는 폭넓은 보편성을 무기로 하고 있으며,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은 이런 '아이패드'의 추진력에 가속 페달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자존심을 버리거나, 좀 더 개방된 마인드를 가지던가>
그럼 닌텐도, 소니 양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양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자존심을 버리고 양사가 가진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 게임을 선보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닌텐도와 소니의 가장 큰 강점은 자사의 퍼스트 파티를 활용한 풍부한 프랜차이즈다. 닌텐도의 마리오와 젤다, 스타폭스부터 소니의 라쳇 & 클랭크, 리틀 빅 플래닛 등은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대표적인 퍼스트 프랜차이즈다. 이런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아이패드'와 아이폰 용 게임이 나온다면 분명히 판매량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NDS 시리즈나 PSP 시리즈로 좀 더 개방된 게임 개발 환경이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MS가 Xbox360 사용자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아케이드 인디 게임과 비슷한 형태다. 개발자들이 닌텐도나 소니의 입장을 떠나 좀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 물론 애플이 당했던 여러 가지 고초를 그대로 겪을 각오를 한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애플을 능가하는 무언가를 가진 제품을 선보이면 된다. 이 방식은 이미 닌텐도와 소니 모두가 시도하고 있는 부분이다. 닌텐도는 NDS 3DS를, 그리고 소니는 PSP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파격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둘의 시도는 분명 애플을 겨냥함 움직이라는 것을 지울 수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애플의 공세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NDS와 PSP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닌텐도와 소니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어떤 수단을 제대로 내놓지 않는다면 분명히 애플의 거대함에 밀려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게임동아 기자 (game@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