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왼쪽)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캐나다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에게 ‘축하 발길질’을 하고 있다. 맞고 있는 류현진 역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류현진=(이)대호 형, 형이랑은 다른팀이지만 인연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데뷔(2006년) 할 때는 MVP 경쟁자였고, 국가대표에서도 같이 뛰었고…. 결혼생활은 잘 하고 있죠? 예전에는 같이 밥도 먹고 그랬는데 요즘은 집에 빨리 가더라고요. 결혼 하니 좋은가 봐요. 아니 그런데 대체 내공은 왜 그렇게 잘 치는 거예요? 형만 만나면 많이 맞았던 것 같아요. 내 성적을 위해서라도 빨리 해외 진출했으면 좋겠어요. 물어볼 게 참 많네요. 자, 이제 시작 할께요.(4월 18일 청주구장)
● 이대호=(김)상현이 너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서, 네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날 찍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나를 택했구나. 하하. 현진이랑은 MVP 경쟁을 하면서 친해졌고, 대표팀 유니폼을 같이 입고 올림픽 때도 같은 아파트에 묵으면서 더 많이 알게됐지. 최고투수이면서도 언제나 겸손할 줄 알고 얼마나 착한지. 넌 참 좋은 동생이라고 생각한다.(4월 21일 사직구장)
도대체 제 볼은 왜 그렇게 잘 치는 겁니까?
“하하, 네가 살살 던져주는거 아냐?”
한화 류현진(23)과 롯데 이대호(28), 국가대표팀에서 공수의 핵으로 영광과 환희의 순간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이 ‘선수가 선수에게 묻는’ 릴레이 인터뷰 4회를 통해 만났다. 이대호는 류현진이 인터뷰 상대로 자신을 선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소문나지 않은’ 절친. 훗날 사돈을 맺으면 어떻겠냐는 류현진의 질문에 이대호는 흔쾌히 그러자며 돈독한 우의를 보였다. 이대호는 5회 인터뷰 대상자로 류현진과 함께 ‘정말 아끼는 동생’이라며 삼성 투수 장원삼(27)을 지목했다.
‘아끼는 동생’ 류현진(한화)이 자신을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점찍을 것을 확신하고 있던 이대호(롯데)는 “나를 위해 빨리 해외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동생의 말에 “롯데에 정이 많이 들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발 비켜갔다. 그러나 “나중에 사돈 맺자”는 제의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츠동아 DB
-대호 형, 물론 다른 투수들 공도 잘 치지만 도대체 제 볼은 어떻게 그렇게 잘 치시는 거예요? 이게 무엇보다 가장 궁금해요.
“베이징올림픽에 가기 전에 너한테 홈런 두개를 치면서 타격감이 살아났던 게 떠오른다. 내가 잘 치기 보다는 네가 친한 형이라고 살살 던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네 볼은 무섭지만 친한 동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타석에 서면 마음이 편해서 그런 건가. 아무튼 넌 제일 좋은 볼을 갖고 있잖아, 날 무서워하지 마.” (이대호는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통산 47타수 18안타, 타율 0.383에 4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이면 FA잖아요. 해외에 나가실 생각은 없으세요? 저한테 강하니까 전 개인적으로 빨리 나갔으면 좋겠는데…. (웃음)
“아직은 2년이나 남아 있고(이대호는 2011시즌을 마쳐야 완전한 FA 자격을 얻는다), 롯데에 정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쉽게 외국에 나가겠다, 그런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FA가 된다고 해도 국내에선 롯데 말고 달리 생각해본 팀도 없고,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지. 언젠가 팀을 우승시키고 마음 편하게 한번 외국 진출을 노려볼 마음도 있어.”
-신혼생활은 좀 어떠세요?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귀가를 빨리 하시는 것 같던데 형수가 무서운지….
“결혼하니까 너무 좋지. 너도 빨리 장가 가라. 지난번 대전에서 밥 한번 먹자고 했더니, 선발 등판이란 핑계로 연락도 안 하고, 너 많이 컸더라. 하하. 와이프가 무섭냐고? 그럴 리가 있나. 사랑하고 아끼고 서로 존중하지. 원정도 많은데, 홈 게임 할때라도 나를 혼자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야.”
-아기는 몇 명이나 나을 예정이세요? 아들 낳으면 야구 시킬 생각은요? 제가 결혼해서 아기 낳으면 저랑 사돈을 맺을 생각은 없으세요?
“좋은 생각이다. 내가 아들 놓고 네가 딸 낳으면, 우리 사돈 맺자. 내 딸, 네 아들도 좋고. 너 정도면 충분히 사돈 맺어도 좋지, 당연하지. 아들 하나, 딸 하나는 꼭 두고 싶어. 아들만 계속 낳는다면 딸 하나 낳을 때까지 낳아야지. 야구? 글쎄, 본인이 하고 싶다면 당연히 시키겠지만 억지로 시킬 마음은 없어.”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주루플레이를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요. 슬라이딩도 하고 그러던데 왜 그렇게 바뀐 건가요?
“바뀐 건 아니고. 사실 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 언제나. 그런데 1점을 얻는 것보다 부상을 당해 게임에 빠지면 그게 팀에 더 마이너스가 되니까 조심할 뿐이지. 코칭스태프도 내게 그렇게 말씀하시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게임 하다보면 안 그렇게 될 때도 있어, 알잖아.”
-부산은 정말 야구 열기가 대단하잖아요. 저도 사실 대전에서는 택시비 안받는 분도 있는데, 부산에서 받아 본 가장 뿌듯한 대접은 무엇이었나요?
“부산도 부산이지만, 마산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 결혼하기 전에 갈비집에서 아내랑 처제랑 소갈비를 먹고 있었는데, 중학생 아들과 함께 있던 한 아저씨께서 사진 좀 같이 찍어달라고 하시더라고. 나도 기분 좋은 마음에 같이 사진 찍고 사인해주고 했는데, 아저씨 입장에선 아들한테 큰 희망을 줬다고, 정말 고맙게 생각하셨나봐. 그 테이블은 돼지갈비를 드셨는데, 소갈비 먹은 우리 테이블까지 계산을 다 해주고 가셨지.”
-2006년에 제가 정규시즌 MVP 받았을 때 형도 트리플크라운 했잖아요. 형도 충분히 MVP 받을 자격이 있었는데…. 속이 좀 쓰리지는 않았나요?
“솔직히 말하면 쓰렸다고 봐야지. 근데 네가 워낙 대단한 일을 했으니까. 너한테 MVP를 넘겨준 것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홈런이 30개가 안된다, 타점이 100개가 안된다며 트리플크라운을 한 내 성적을 깎아 내리는 평가였어. 그게 더 마음이 아팠지.” “마지막으로 요즘 한화 성적이 안 좋잖아. 롯데 꼴찌 할 때를 생각하면 그때 나도 너무 힘들었어. 현진이도 마음이 무거울텐데,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 거두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고. 형수가 집에서 식사 대접한다고 하더라. 약속 잡자, 알았지?”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