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6.25 전쟁 60주년 기념 대작 '로드넘버원(ROAD NO.1)'에서 질끈 동여맨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수수한 무명 치마 저고리를 펄럭이며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수연으로 분한 김하늘은 "캐릭터에 맞게 변화했다"고 웃었다.
6.25 전쟁 속에서 장우(소지섭 분)와 태호(윤계상 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인으로 분한 김하늘은 “두 남자에게 수연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며, 평생을 그리워하는 고향과도 같은 존재”라며 “사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희생정신과 강인함이 수연을 이해하는 포인트”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특히 상대배우 소지섭과의 키스신에서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뒷 이야기를 공개해 웃음을 유발했다.
'로드 넘버 원'은 100% 사전 제작 드라마로 13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드라마. 한지훈 작가가 3년여에 걸쳐 완성한 대본과 이장수, 김진민 감독의 연출,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손창민, 최민수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다. 6월 23일 첫 방송한다.
이하는 김하늘과 제작진이 가진 일문일답.
-대본도 전부 나와 있는 상태고 촬영도 상당 부분 진행 중이다. 촬영을 하며 김하늘 씨가 느끼고 있는 수연은 어떤 인물인가?
▲수연은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그 시대의 슬픔을 안고 살아온 모든 여성이라 생각한다.
그 시대의 여인들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극적인 상황에서도 희생 할 수 있는 정신과 투철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수연은 의사로서 환자를 위해 이념도 버릴 수 있는 희생적 캐릭터다.
- 순수하고 연약하던 이미지로 데뷔해 어느 순간 ‘웃음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그 후에도 세련된 도시 여성은 물론 액션 배우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이번 역시 그런 연기 욕심의 일환인가?
▲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건 캐릭터다. 수연은 가상 인물이 아닌 시대의 비극을 안고 살아온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어떤 작품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안타까움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 김하늘씨 주변에 6.25와 관련된 어른이 계셨나? 혹 그런 주변 분을 통해 얻은 간접 경험의 기억이 있을까?
▲ 친척들이 가까이 살고 있어서 자주 큰이모를 뵙게 되는데 큰 이모는 8살인 나이에 6.25를 경험한 분이다. 전쟁과 피난으로 인해 4살, 2살의 어린 동생을 잃었고... 흐릿한 기억이지만 이모님께 그 당시에 벌어졌던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이모와 삼촌들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이번 작품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윤계상씨와는 영화 <6년째 연애중>에서 이미 한차례 호흡을 맞춘바 있다. 반면 소지섭씨와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
▲ 윤계상씨와는 오래된 커플연기 경험이 있어서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성격이 워낙 밝고 장난기가 많아서 감정 몰입이 힘들기도 했지만 (웃음) 덕분에 현장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소지섭씨와는 처음 호흡이라 촬영 전에 많은 걱정을 했다. 극 중 장우와 수연의 사랑이 너무나 애절하고 절박한 상황에서의 사랑 연기라 부담감이 컸다. 그래도 소지섭씨가 많은 부분 배려하고 같이 이끌어 주는 스타일이라 연기하는데 편하게 몰입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연이 품고 있는 두 남자에 대한 애정이 다른 형태의 것이니만큼 키스신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촬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나 특별히 어려웠던 키스신은 없었나?
▲ 태호와의 한 번의 키스신이 있는데 아직 촬영하지 못했다. 장우와의 키스신 중에서는 솜틀집 장면이 있는데 화면상으로는 꽃가루를 날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온통 솜먼지 투성이라 숨쉬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진드기에 물리는 바람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 김하늘씨가 착용하는 아이템은 매번 완판 신화를 이뤘고, 전작에서도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화려한 여배우의 모습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무명저고리에 질끈 동여맨 헤어스타일로 일관하며 메이크업마저 포기해야 한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 글쎄…물론 나중에 시청자들께서 평가해 주시겠지만 구지 제가 저를 바라본다면 단지 메이크업을 포기하거나 의상을 어떻게 입느냐 이런 건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어떤 배역이던 그 작품에 몰입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난 수연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했을 뿐이다.
- 수연은 ‘두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이자 ‘돌아가고 싶은 조국’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게의 배역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캐릭터를 잡아가는데 있어 (드라마나 실생활에서) 모델로 생각하는 이나 조언을 구하는 선배들이 있나?
▲ ‘로드넘버원’을 이해하기 위해 어릴 때 무척 인상 깊게 본 ‘여명의 눈동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시대적 배경과 아픔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수연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가는데 더 많은 큰 부분 도움이 되었다.
- 극 중 수연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장우와의 사랑 앞에서 고민한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선 그녀는 장우를 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가족을 선택하게 되는데.. 본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누구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그래서 수연이라는 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대답을 하고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질문은 패스해야 할 것 같다.
그냥 저에게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유나 동아닷컴 기자 ly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