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자전’에서 춘향의 이미지를 비틀며 파격적인 노출 연기에 도전한 조여정. “개척해야 할 길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녀는 당당하다.
김주혁과 파격 베드신, 아름답게 완성
깜찍·쾌활 탈피…연기활동 터닝포인트
그녀는 말한다. “권력도 사랑도 포기할 수 없어요.”
조선시대 여인의 절개의 상징인 춘향이 ‘요부’로 변했다. 변학도의 협박을 뿌리치고 목 앞에 칼이 닿을 때까지도 몽룡을 향한 일편단심을 접지 않았던 모습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이야기인가. 영화에서 그녀는 머리는 몽룡에게, 가슴은 그의 종 방자에게 향했던 야심가로 등장한다.
‘방자전’(감독 김대우·제작 바른손, 시오필름)은 이처럼 익숙한 고전을 완전히 비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랜 시간 우리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던 춘향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부순 연기자는 조여정. 두 남자를 양손에 움켜쥐고 사랑과 야심을 모두 가지려는 요부로 첫 영화 주연작에 화려하게 나섰다.
“‘춘향전’의 춘향은 일관된 여자이지만, ‘방자전’의 춘향은 적극적이에요.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고 끝내는 자신의 모든 걸 던지는 여자죠. 사랑은 방자와 하고 몽룡을 이용해서 신분상승을 노려요.”
조여정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깜찍하고 쾌활한 역할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방자전’에서는 자신의 주변을 채웠던 견고한 이미지를 모두 털어냈다. 그녀 역시 “연기 활동에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대 역시 남다르다.
“영화 여주인공으로 제의를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몇 명의 배우들에게 시나리오가 갔다가 마지막 즈음에야 저도 받았어요. 그래서 또래 배우들이 어떤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하고 싶은데’라고 부러운 생각도 들었어요.”
조여정은 ‘방자전’ 출연을 결심하며 이를 ‘기회’로 삼겠다고 마음먹었다. 데뷔 11년째이지만 뚜렷한 대표작이 없다는 생각에 고민이 깊어질 때 ‘방자전’을 만난 것. 조여정은 몇 차례 등장하는 노출 연기도 소화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방자전’에는 조여정과 상대역 김주혁의 진한 베드신이 담겼다.
“진지한 사랑 장면이 영화에서 빠진다면 맥이 끊길 것 같았어요. 자연스러운 이야기 흐름에 나오는 (노출)장면이에요. 여배우의 품위를 지키는 게 본인의 자존심이라고 말하는 감독님의 철학 덕분에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 완성됐죠.”
조여정은 “감독님이 배우의 격을 지켜준다는 걸 알기에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11년 동안 연기자로 활동했지만 ‘방자전’처럼 비중이 크고, 파격적인 연기를 소화한 건 처음. 그만큼 한 단계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장르나 캐릭터를 따지기보다 좋은 감독님들과 작업해보고 싶어요. ‘방자전’이 개봉하고 나서 조여정이란 연기자가 있다는 걸 알린다면 바랄 게 없겠죠. 더 이상 또래 연기자들을 부러워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개척해야 할 길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