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윤태석기자의 남아공 24시] 초짜기자·초짜선수 ‘두근두근’ 닮았네!

입력 2010-06-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통역 해주는데 언어 걱정하는 기자나
스타들 보면 가슴 설레는 김보경이나


월드컵은 선수 뿐 아니라 기자들에게도 ‘꿈의 무대’입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 취재는 대단한 영광이자 큰 부담이죠.

일단 남아공의 첫 느낌은 ‘정말 멀다’는 겁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경유해 이곳 루스텐버그까지 오는 데 무려 25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해외 취재 때마다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겁니다.

언젠가 사우디 출장 때는 그들의 느긋함에 시간이 지체돼 정작 일도 하기 전에 몸이 퍼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월드컵은 다르네요. 입국심사대에 취재진과 관계자를 위한 부스가 따로 설치돼 생각보다 빨리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걱정은 ‘언어’였습니다. 보통 축구는 경기 전날과 경기 직후 양 팀 공식 기자회견을 합니다. 2007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4개국이 공동개최한 아시안 컵 때 상대국 감독들의 말을 듣고 해석해내느라 진땀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스 레하겔 감독이 도발적인 언사를 내뱉었는데 자칫 못 알아듣기라도 하면 어쩌지?’선배에게 넌지시 묻자 월드컵 2회 취재 경력에 빛나는 선배가 기가 차다는 듯 답하네요.

“영어는 물론이고 상대국 언어로 곧바로 동시통역 다 해주거든.”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됩니다. 비단, 기자만 그럴까요.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대표팀 막내 김보경(21)에게 물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철저히 경호해주는 경찰들, 100명이 넘는 취재진과 교민들을 보니 두려움이 반 설렘이 반이다”고 하네요.

김보경은 스페인과 평가전(4일) 때 이니에스타와 사비 등 세계적 스타들을 보고 신기해했다가 박지성과 이영표에게 “그렇게 좋냐? 입 좀 다물어라”며 핀잔을 들었다고 합니다. 어때요? 별반 다르지 않죠?

누구나 첫 발걸음이 있기에 차츰 경험이 쌓이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부지런히 뛰어 다니며 독자들에게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김보경은 패기 있는 몸놀림으로 16강 진출에 한 몫을 해야겠죠.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제가 후배에게 월드컵 취재를 설명해주고 김보경이 세계적 스타들을 만나도 별 감흥 없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루스텐버그(남아공)|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