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후반 와르르… ‘44년만의 복수’ 물거품

입력 2010-06-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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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에 대패

전반 1골만 허용 선전했지만
후반 호날두 등에 잇따라 뚫려
44년 만에 밟은 월드컵 무대. 오랜만에 세계 축구 무대에 선 그들의 모습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승리의 신은 그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북한이 21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0-7로 완패했다. 16일 브라질전 1-2 패배에 이어 2패를 기록한 북한은 25일 코트디부아르와의 3차전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북한에 이번 경기는 특별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3-5로 진 뒤 44년 만에 복수를 꿈꿨다.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는 “포르투갈만큼은 꼭 이겨 44년 전 패배를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훈 감독도 “그때의 아쉬움을 풀었으면 한다”며 승리를 갈망했다.

브라질과의 첫 경기는 체감온도 영하의 날씨 속에서 치러졌고 이날은 전반 내내 소나기가 내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포르투갈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북한 선수들은 결정적인 기회에서 공이 빠르게 흐르면서 슛 기회를 번번이 날리고 말았다. 응원단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전에서 90% 이상이 브라질 응원단이었다면 그린포인트 경기장도 온통 포르투갈 응원단으로 가득했다. 앞뒤 좌우의 포르투갈 응원 속에서 북한 응원단 80여 명이 외롭게 “이겨라, 이겨라”를 외칠 뿐이었다.

이날 북한은 브라질전 때와 마찬가지로 수비를 두껍게 하고 최전방에 정대세를 세우는 5-4-1 전형을 들고 나왔다. 전형과 선수 모두 같았지만 북한은 브라질전보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포르투갈 공격수들이 공을 몰고 북한 진영으로 들어오면 7명의 수비가 촘촘히 서는 것은 같았다. 북한이 공격할 때는 정대세를 비롯해 문인국, 박남철, 홍영조가 모두 공격에 가담하며 활발하게 포르투갈의 문전을 위협했다.

북한은 경기 초반 몇 차례의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전반 18분 홍영조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찬 슛이 골키퍼가 겨우 쳐내며 포르투갈 수비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버틴 포르투갈은 북한의 복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29분 티아구(아틀레티코)가 수비수 사이로 찔러준 공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하울 메이렐르스(에피세)가 오른발로 골키퍼 왼쪽으로 찬 공이 그대로 들어갔다. 후반 8분에는 시망(아틀레티코), 11분에는 우구 알메이다(브레멘), 15분에는 티아구, 36분에는 리에드송(스포르팅), 42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44분 티아구에게 잇달아 골을 허용했다.

복수는 물론 16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브라질, 포르투갈 등 세계 강호들과 당당하게 맞선 북한 축구는 팬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케이프타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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