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 “북한 참패해도 우리보다 낫다”

입력 2010-06-23 16: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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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23일 '북한 축구대표팀이 아무리 참패해도 우리나라 팀보다는 강하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대표적 관영 언론이 월드컵에 참가 중인 북한을 거론해 자국 축구계의 자성을 강하게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언론은 "중국 대표팀이 부패와 비리로 얼룩져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다"며 자국 축구계를 비판해 왔다.

통신은 북한이 21일 포르투갈에 7대 0으로 참패한 이후 중국에서 "북한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축구 선수의 기술이 정신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등의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세계 1위 브라질에 맞서 최약체인 북한이 선전하자 중국에서는 북한의 정신을 배우자 등의 찬사가 꼬리를 물었다. 배워야 할 대상으로 찬양되던 북한 축구팀에 추앙 열기가 참패 이후 갑자기 식어버린 것이다.

통신은 그러나 "북한은 공인된 아시아의 강팀"이며 "경기 한 번으로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이번 경기는 축구가 정신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고 한편으론 정신이 없어도 안 된다는 것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우선 통신은 "북한은 정신을 만능으로 잘못 여기는 혁명의 소아병에 걸렸다"며 "북한이 이를 아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다만 북한 선수들에 중국인이 감동하는 이유는 봉쇄되고 개방하지 않아 못살던 1960, 70년대 중국의 옛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당시 체육은 국가의 영광을 드높이는 도구로 여겨졌다. 이번 월드컵에서 북한 선수들이 보여준 진지함과 규율, 개인을 내세우지 않는 모습들이 그때를 닮았다는 것이다.

통신은 풍요로워진 이후 중국인은 돈과 물욕(物慾)이라는 숲 속에서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 축구팀이 사회의 영향을 받아 물질만능주의에 빠졌고 정신과 투지가 부족하다는 것은 논쟁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가난한 북한이 정신으로 무장해 브라질에 맞서는 모습이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것이다.

통신은 또 중국 인구는 13억 명인 데 등록된 청소년 축구선수는 7000명에 불과하고, 잔디구장 수는 세계 100위권 밖이라고 축구 인프라 부족을 질타했다. 사회도덕을 함양하고 인프라를 강화하지 않으면 중국 축구는 50년 내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신은 경고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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