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또다시 '남미 징크스'에 울었다. 하지만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 '남미 킬러'로 자리매김한 이청용(볼턴)이 있기 때문.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 이어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 골을 기록했다. 이청용은 26일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3분 기성용의 프리킥에 이은 혼전 상황에서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이청용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동국, 이정수에 수비가 몰린다는 사실을 간파한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만들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도 내주지 않으며 철옹성을 자랑했던 우루과이의 골문은 이청용의 머리에 의해 처음으로 열렸다.
전반 초반부터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한국은 이청용의 골로 추격의 물꼬를 텄다. 이후 한국은 주도권을 틀어쥐고 거세게 상대 문전을 몰아붙였다.
이청용의 '남미 킬러' 본능은 지난달 16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이미 감지됐다. 이 경기에서 이청용은 상대 문전을 휘젓다 혼전 중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쐐기 골을 성공시킨 바 있다.
경기 후 이청용은 "경기에 졌기 때문에 내 골도 별 의미가 없다. 아쉽지만 다음 대회를 준비 하겠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지핀 이청용의 두 골은 한국 축구의 저력을 확인해주기 충분했다.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청용의 동점 헤딩골이 소중한 이유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