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의 유럽 연수기] 스케일이 다른 유소년 프로그램 스페인 월드컵 우승 이유있었네

입력 2010-09-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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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훈련장을 방문했을 때 브라질 축구스타 마징요(왼쪽)를 만났다. 베베토, 블랑코 등과 함께 94미국월드컵 우승 주역이었던 마징요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클럽에 아들이 소속되어 있어 스페인을 방문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정해성 전 대표팀 수석코치

① 여장을 풀다
《정해성 전 대표팀 수석코치(육영재단 축구아카데미 총감독)가 1일 스페인으로 연수를 떠났다. 6개월 간 유럽 현장에서 선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정 전 코치는 현장에서 보고 배운 선진 축구를 매주 스포츠동아를 통해 풀어놓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한지 벌써 1주일이 흘렀다. 워낙 기대가 컸던 탓에 지금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여장을 푼 곳은 FC바르셀로나 홈구장인 누 캄프에서 5분 정도 떨어진 한인 민박이다. 팬들의 함성과 초록 그라운드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듯 하다.

요즘 스페인은 온통 A매치에 들떠 있다. 유럽선수권 예선이 펼쳐졌고, 평가전도 곳곳에서 치러졌다. 바르셀로나 구단을 방문하니 대부분 멤버들이 각 국 대표 차출로 빠진 탓에 A팀(1군) 스케줄은 없었다. 대신 B팀(2군) 풀 트레이닝과 유소년 클럽 훈련을 지켜볼 수 있었다.

B팀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때 스페인대표로 뛴 루이스 엔리케였는데, 한국과 8강전 때 13분 정도 교체 출전했던 친구다. 둘이 미팅을 하며 내가 당시 히딩크 감독을 코치로서 보좌했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다. 느낌이 좋았다. 엔리케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큰 관심사는 풀뿌리 육성 시스템이었다.

그간 프로-대표팀을 오가느라 짬을 낼 수 없었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유소년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다는 바르셀로나를 오게 돼 너무 흐뭇하다. 스페인 축구가 유로2008과 남아공월드컵을 연속 제패한 것에는 역시 비밀이 있었다. 인프라부터 스케일이 컸다.

이곳은 청소년으로 구분되는 17세까지 연령별로 운영하는데, 각 연령을 실력에 따라 A∼C등급으로 구분해 끊임없는 경쟁으로 동기를 유발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18세부터 2군에서 뛸 수 있지만 실력이 없으면 같은 연령이더라도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떨어진다.

여기서 반가운 이를 만났다.

바르셀로나 14세 클럽에서 뛰는 백승호 군이다. A클래스 소속으로 5일 레알 사라고사 클럽과 친선 경기를 하는 걸 지켜봤다. 전후반 35분씩 뛰는 동안 2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그간 입소문으로만 들었던 승호 군의 플레이를 보니 기대이상이었다. 볼 컨트롤과 움직임, 위치 선정에 수비력까지, 흠잡을 데 없어 미래가 밝아 보였다.

선수 수급 경쟁도 치열하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17세까지 담당하는 스카우트가 14명이나 있다. 이곳 소년들이 축구화를 신는 시기는 대개 7∼8세 때부터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제로 이뤄진다. 선수반 입성 전 클럽반에 등록한다. 클럽반은 용품 및 적게나마 용돈이 지급되는 선수반과 달리, 오히려 수업료를 내야 한다. 일단 훈련을 시키고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스포츠동아 독자들에게 어떤 소식을 전달할까 고민이 컸는데, 막상 글을 쓰니 하고 싶은 얘기가 넘쳐난다. 배울 게 무궁무진하다. 짧은 시간 내 얼마나 챙겨갈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 심경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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