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감독은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 등에서 6개월간 머물 계획이다.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영광된 자리를 고사하고 부러 가시밭길을 택한 그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진짜 감독 같은 감독이 돼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K리그 제주 감독과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내 경험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그가 말하는 진짜 감독의 의미가 뭘까.
정 감독은 “제주에서는 코치 같은 감독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훈련장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누구보다 먼저 그라운드에 나섰다. 성실함이 좋은 감독의 첫 번째 덕목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정 감독은 “때로는 한 걸음 뒤에서 관망할 수 있는 여유가 그 때는 없었다”고 웃음 지었다. 선수들을 포용하고 때로는 다그치며 선수단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오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번 연수에서 명문 팀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과 팀 전술을 살피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명장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들만의 노하우를 자기 것으로 만들 참이다.
연수 생활은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민박집에서 먹고 자고 때로 직접 운전대를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한다. 이미 세 차례의 유럽 연수를 통해 그 고달픔을 익히 알지만 배우고자 하는 바가 있기에 설렘이 앞선다. 카메라와 노트북과 같은 기기와 평소 친하지 않았던 그도 이번 연수를 위해 사용법 등을 꼼꼼하게 익혔다.
정 감독은 “정해성 만의 축구 색깔이 무엇인지 돌아와서는 확실하게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