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가창력’ 차지연의 ‘퍼펙트 판소리’

입력 2010-09-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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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차지연.

“성격상 수박 겉핥기는 싫어”
뮤지컬 ‘서편제’서 독한변신


‘미친 가창력’이란 찬사를 들으며 뮤지컬계의 막강 디바로 급부상한 배우 차지연(28·사진). 최근 SBS ‘도전1000’곡에 출연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그녀는 요즘 뮤지컬 ‘서편제’에서 여주인공 ‘송화’로 살고 있다.

172cm의 훤칠한 키에 당당한 체구를 지닌 차지연은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인터뷰를 하자고 하니 좀처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남자는 말할 것도 없다) 여배우 대기실로 이끈다. 주섬주섬 마이크와 노트북을 꺼내고 있는데 그녀가 “아, 판소리 …”하면서 혼잣말을 한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데뷔해 ‘드림걸스’, ‘선덕여왕’, ‘몬테크리스토’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서편제’에 대한 애정은 더욱 각별해 보인다.

“다른 작품에 비해 질감 자체가, 깊이가 달라요. 사실 극중 ‘송화’가 눈이 멀었네 어쩠네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소리’죠. 저희 배우들이 얼마만큼의 감동을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있어요.”

차지연이 ‘서편제’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우려했고, 의아해했다. 노래 잘하는 거야 정평이 난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판소리라니.

“이지나 연출님께서 처음에 ‘일반 노래가 80%이고 판소리는 20% 정도’라고 하셔서 ‘그렇다면, 도전!’하고 들어온 거죠. 그런데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판소리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거예요. 마지막 심청가 부분은 무려 7분이나 되죠.”

그렇다고 성격상 수박 겉을 핥기는 싫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진정성’. ‘소리’보다는 ‘사람’에 집중하기로 했다. 심봉사 대목에서는 심봉사가 되고, 심청이 등장할 때는 심청이 됐다. 두려움이 사라졌다. 사실 차지연은 국악인이 될 뻔한 사람이다. 외조부가 판소리 고법 인간문화재 송원 박오용 옹이다. 차지연은 어려서부터 북을 배웠고, 외조부 공연에 따라가 어린 고수 노릇을 했을 정도이다. 그런 차지연에게 판소리는 고향과 같은 음악이다.

서울예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가수가 되려 했지만 소속사에 내부 분쟁이 생겨 준비하던 앨범이 공중에 떠버린 아픔이 있다. 이후 은행에 취직해 타자를 치고, 카드 만드는 일을 하다가 2006년 ‘라이온킹’에서 주술사 ‘라피키’ 역을 맡으며 뮤지컬 배우가 됐다. 꽤 드라마틱한 얘기이다.

“뮤지컬도 사랑하지만 가수의 꿈도 쉽게 가시지 않더라고요. 내 이름으로 된, 내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내년쯤 가수로서 앨범을 내려고 해요. 뮤지컬 무대 밖의 차지연도 기대해 주세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피앤피컴퍼니·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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