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거목이었던 연출가 고 권오일의 2주기를 맞아 다시 상연되는 ‘블랙코메디’.
‘블랙코메디’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꽤 재미있는 줄거리를 지닌 연극이다. 무명의 조각가 브린즈리 밀러는 가난하지만 야심과 허영심이 있는 인물. 약혼녀의 아버지와 자신의 작품을 보러 오는 백만장자를 맞이하기 위해 이웃집 골동품 수집상의 가구들을 몰래 가져와 자신의 방을 장식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돌연 건물 전체가 정전으로 어두워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약혼녀의 아버지가 불쑥 찾아온 데다, 가구의 원주인인 골동품 수집상마저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게 되자 이들 몰래 가구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암흑 속에서 허둥대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설상가상 브린즈리의 진짜 애인 클레아가 등장하면서 일은 점점 커져만 간다. 결국 기다리던 백만장자가 들어오지만, 브린즈리는 열린 마루바닥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만나게 되고, 순간 불이 들어오면서 모든 허구가 들통나게 된다.
‘에쿠우스’, 그리고 영화로 제작돼 더욱 유명해진 ‘아마데우스’의 작가 피터 쉐퍼가 1965년에 쓴 작품으로 이 해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196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희극’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1982년 극단 성좌가 무대에 올려 연극으로서는 보기 드문 전회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다섯 차례나 이 작품을 공연한 극단 성좌가 연극계의 거목이었던 연출가 고 권오일(1931∼2008) 선생의 추모 2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블랙코메디’로 관객과 만난다. 탤런트 김정균이 ‘슈판찌히’로 무대에 서며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한미진이 ‘클레아’를 연기한다. 10월 3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공연한다. (문의 070-8804-9929)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극단 성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