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오승환이 안지만에게 “지만아, 마무리는 눈앞에 타자만 생각하고 던져”

입력 2010-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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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28)은 이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 7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마운드에 서기 위해 재활훈련에 박차를 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끼는 후배 안지만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만아, 올 시즌은 너에게 정말 중요한 해가 될 것 같구나. 데뷔 후 최고의 구위를 자랑하면서 성적도 좋았고, 네가 그토록 원하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도 선발됐잖아. 옆에서 볼 때 지난 겨울에, 그리고 시즌 중에도 정말 열심히 훈련하더니 그 보상을 받는 것 같다.

5월부터 우리 별거(?)를 하게 됐지만, (윤)성환이하고 셋이서 2년 가까이 동거생활을 했잖아. 성환이가 식사 당번, 내가 설거지 당번, 넌 청소당번…. 함께 생활하면서 너에 대해 새로운 면도 많이 봤다.

기억 나니? 올해 내가 수술한 뒤에 네가 세이브했다고 전화했던 거. 프로데뷔 첫 세이브 올렸다고 좋아하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구나. 그러면서 나중에 본격적으로 마무리 보직까지 맡은 다음에 나한테 그랬잖아. 막상 마무리로 나가 보니까 공 던지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더 힘들다고. 중간에서 뛸 때는 중간에 주자 놓고 나와도 됐지만 마무리로 나가니까 뒤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더 압박감을 받았다고.

그걸 이겨내고 정말 훌륭하게 잘 해냈다. 그때 내가 너에게 했던 말 기억하지?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보직을 맡을지 모르지만, 마무리로 나서면 뒤를 걱정해서는 안 된다. 그냥 눈앞에 있는 타자만 생각하고, 그 타자에게 공 하나 하나 던지는 것에만 집중해. 착한 지만아, 형은 널 믿는다.

나도 플레이오프에 가서 함께 던지고 싶었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큰 짐을 너에게 미룬 것 같아 미안하다. (정)현욱이 형, (권)오준이 형 등과 힘을 합쳐서 꼭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나도 한국시리즈 때는 도울 수 있도록 남은 기간 경산에서 더 열심히 훈련할게.정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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