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유망주 홍철은 김치우와 장학영을 롤 모델 삼아 성장하고 있다. 그의 시선은 K리그를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치우형의 센스, 학형형의 체력 광저우에 빌려가고 싶다”
“학창시절 김치우 동영상 보며 기술 습득수비와 GK 사이로 올리는 크로스 예술!
성남 입단 후엔 장학영 ‘왕체력’에 깜짝
AG 금메달 따고 두명의 우상도 넘겠다”
성남 일화의 새내기 왼쪽 풀백 홍철(20)을 날씨가 부쩍 서늘해진 2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인터뷰 이틀 전 취지를 설명해줬지만 롤 모델을 묻자 그는 주저주저했다.
사실 작년만 해도 대답하는 데 1초도 안 걸렸을 거다. 홍철은 어렸을 때부터 롤 모델이 있었다. 자신과 똑 같은 포지션에 풍생중·고교 선배이기도 한 김치우(27·FC서울)다. 그러나 올 시즌 우선지명으로 성남 유니폼을 입으면서 조금 달라졌다. 팀 선배이자 부동의 왼쪽 풀백 장학영(29·서울 유나이티드)의 플레이에 반했다. “꼭 (롤 모델이) 1명이어야 되나요?” 비유가 좀 우습긴 하지만 그에게는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게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과 짬뽕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힘들어 보였다.
○오랜 우상 김치우
홍철이 중학교 때 김치우가 동문모임으로 학교를 방문했다. K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김치우는 홍철 또래에게 우상이었고, 홍철은 소중하게 여기던 일기장에 사인을 받았다.
학창시절부터 “김치우와 닮았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자연스레 김치우가 롤 모델로 자리 잡았다. K리그 중계를 놓친 날이면 김치우 플레이가 담긴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따로 봤다. 5월 5일 FC서울과 맞대결에서 김치우와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던 게 아직도 꿈만 같다. 다만 어렸을 때는 ‘치우 형만큼만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던 게 기량이 쌓이면서 ‘치우 형을 넘어서야지’로 바뀌었을 뿐이다.
“크로스의 기본이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틈으로 볼을 올려주는 거잖아요. 치우 형이 그 센스는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묘한 인연 장학영
홍철이 졸업한 풍생중·고가 성남 산하 유소년클럽이라 그는 볼 보이를 하며 장학영의 플레이를 수도 없이 봤다. 홍철은 “그 때는 ‘나도 프로에 가면 저 정도는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K리그에 와서야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홍철은 올 시즌 초반 왼쪽 미드필더로 뛰다가 장학영이 시즌 도중 군에 입대하자 본래 포지션인 왼쪽 풀백으로 옮겼다. 시즌 중반 왼쪽 풀백으로 처음 뛰던 날 자신이 포진한 진영이 연달아 뚫리자 그는 정신을 못 차렸다.
“경기 도중 감독님에게 못 뛰겠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회상할 정도. 축 늘어진 채 숙소에 오니 장학영이 미니홈피를 통해 ‘넌 태클을 많이 하는 습관이 있으니 섣불리 태클 하지 말고 상대가 실수할 때까지 따라가라’고 글을 남겼다. 룸메이트지만 평소 말이 없어 어렵기만 하던 선배의 조언은 그 후로도 큰 힘이 됐다.
장학영과는 묘한 인연이다. 그가 입대하지 않았으면 올 시즌 영영 주전 기회가 없었을지 모른다. “학영 형은 키도 작고 신체조건도 그리 좋지 않은데 연습생 출신이라 그런가요. 투지와 체력만큼은 대단해요.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개 체력이라는 별명이 딱 맞아요.”
○두 번째 기회
홍철은 신인임에도 올 시즌 K리그에서만 21경기를 소화했다. 그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력은 큰 경기를 치르며 연일 발전했다. 이를 발판삼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뽑혔다.
홍철은 작년 이집트 U-20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 부름을 받았다가 중도 탈락한 아픔이 있다. 홍 감독은 “공격할 때 볼 센스나 스피드는 훌륭했는데 완성도가 적었다. 특히 수비에 문제가 있었는데 올해 이 부분이 많이 좋아져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을 작정이다. 더구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성남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11월 13일)도 참가하지 못하고 출전하는 대회라 더 절실하다.
“작년에는 주눅 들어 아무것도 못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주전경쟁도 해볼만하다. 당당하게 도전 하겠다”고 홍철은 각오를 다졌다.
홍철?
▲생년월일=1990년 9월 17일 ▲신체조건=180cm 68kg ▲포지션=왼쪽 풀백 ▲학력=풍생중-풍생고-단국대 ▲프로경력 2010 성남 일화 입단 ▲대표경력 2009. 5
U-20 트리니다드토바고 친선경기 대표, 2009. 12 한일올림픽 친선경기 대표
성남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