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롤 모델] □3 AG대표팀 주장 구자철, 압박 또 압박 “플레처에 반했어!”

입력 2010-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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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늘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 있을 줄 아는 플레처(작은사진)의 플레이에 반해 롤 모델로 삼았다. 구자철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소리없이 강한 맨유 MF 플레처
지칠줄 모르는 체력·엄청난 에너지
지성 형 맨유경기 챙겨보다 푹 빠져
MF 움직임 공부…11월 AG 金 도전
제주 유나이티드의 구자철(21)은 최근까지 롤 모델이 없었다.

그 동안 동경의 대상은 있었지만 딱히 ‘누구와 같은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삼을만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때문에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매번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주변에서는 목표의식을 갖기 위해서라도 ‘롤 모델’을 정해 놓으면 좋다는 권유를 했다. 그러나 구자철은 인위적으로 목표의 대상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롤 모델’ 찾기에 나서지 않았다.

동경의 대상은 지네딘 지단(프랑스)과 박지성(맨유) 등 여러 명이 있었다.

박지성이 출전하는 프리미어리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롤 모델이 마음속에 새겨졌다. 맨유의 전천후 미드필더 대런 플레처(26)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레처의 플레이를 보면 화려하지만 않지만 항상 필요한 곳에 있어요. 시종일관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히고, 지칠 줄 모르고 뛰는 체력과 팀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플레이 등이 최고인 것 같아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맨유 경기를 보면서 플레처의 플레이를 연구한다. 일부러 동영상을 저장해 보지는 않지만 맨유 경기가 열리는 날은 TV 앞에서 자신의 롤 모델을 지켜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구자철은 최근 원터치 패스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했다.

팀의 공격 흐름을 살려나가야 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아 상대를 제압해야한다. 이런 것을 의식적으로 하다보니 이전보다 좀 더 경기의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제주에서 패스를 강조하는 부분도 있지만 플레처처럼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원터치 패스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K리그 우승을 꿈꾸는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또 하나 생겼다.

11월 열리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축구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에게는 다른 선수들만큼 금메달이 절실하진 않다. 군 신체검사에서 6개월 공익근무 판정을 받아 현역 대상자인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금메달 획득으로 주어지는 병역 혜택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금메달을 절실하게 원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홍명보 감독님을 비롯해 20세 이하 대표팀 시절 함께 했던 코칭스태프는 저에게 엄청난 믿음을 주셨어요. 표현을 못하는 성격이라 말은 못했지만 많이 감사하고 있거든요. 그 분들과 함께하는 이번 대회에서도 제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

홍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우리 팀 주장은 구자철이다. 그는 주장 역할을 아주 잘 이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극찬한 바 있다. 홍 감독에게 인정을 받은 만큼 어깨가 무겁다.

“감독님이 나에게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사실 최근 들어서 소속팀 경기가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거든요, 조금 다운되는 느낌이었는데 홍 감독님의 말을 (간접적으로) 듣고 다시 힘을 내게 됐어요. K리그에서 팀을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어 놓은 뒤 아시안게임에서도 감독님과 함께 좋은 경기를 하고 싶어요.”

그는 맨유의 플레처처럼 팀에 보탬이 되는 플레이로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그쳤던 아쉬움을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으로 풀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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