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관전평] 허술한 중앙수비 위기 자초

입력 2010-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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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은 전반부터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고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했다. 우리가 전체적으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 때 좀 더 빠르고 세밀하게 역습이 이뤄져야 했다. 더 많은 찬스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중앙 수비수들의 플레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수비의 가장 큰 덕목이 바로 안정이다. 홍정호와 김영권은 좀 더 침착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또한 위험지역에서 쓸데없는 파울은 금물이다. 이런 단판 승부에서는 세트피스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반에 홍정호의 위력적인 헤딩 슛 역시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우리가 후반 중반에 잠시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허용한 것도 따지고 보면 중앙수비수들의 허술한 플레이가 원인이 됐다.

반면 UAE 수비는 단단했다. UAE가 4강전을 포함해 6경기를 치르면서 단 1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는 건 운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계속 UAE 문전을 파고드는 데도 1,2선이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그만큼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특히 UAE 선수들이 박주영에 대해 철저히 대비를 잘 하고 나온 듯 했다. 상대 중앙수비수 2명이 스위치로 박주영을 적극적으로 마크해 움직임을 봉쇄했다.

홍철을 선발로 내보낸 건 이전 경기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철은 왼쪽에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반대편 조영철의 플레이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스피드가 떨어졌다. 또 움직임이 단순해 오른쪽 외에는 다른 위치 변화가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에 포진한 김보경이 홍철과 활발하게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왼쪽 측면을 노린 것과 대비가 된다.

한국은 지금까지 서정진 등 몇 명의 선수 외에는 베스트 11이 꾸준하게 가동되고 있다. 2∼3일 간격으로 계속 경기를 치렀고 20일 이상 원정지에 나가있기 때문에 체력에 분명 부담이 올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이런 우려가 드러났다.

이건 UAE도 마찬가지여서 후반에 양 팀 모두 1∼2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맞고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단일대회 토너먼트 4강이나 결승 등 중요한 경기에서는 후반 중반 이후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건 우리 선수들의 표정이다. 2년 전 AFC U-19 챔피언십에서 우리가 패했던 팀이라는 게 부담이 된 것일까. 또 여기에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까지 더해지면서 선수들의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게 표정으로 얼핏얼핏 드러났다. 조별리그나 16강, 8강과는 분명 달랐다. 꼭 이겨야한다는 압박감이 악재로 작용한 셈이라 안타깝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남 드래곤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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