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24년전 최초의 복합상영관 첫 문

입력 2010-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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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극장을 리뉴얼한 주공공이극장.

198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학생부 지도교사의 눈을 피해 극장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 한 편 값으로 두 편의 영화를 보던 그 시절, 으레 한 편은 늘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성애’ 혹은 ‘에로티시즘’이라는 카피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이제 이런 동시상영 극장은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최첨단 영상 및 음향 시설을 갖춘 몇 개의 상영관이 들어선 멀티플렉스 극장들이다.

1986년 오늘,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 다모아 극장이 서울 강남 거리에 들어섰다. 당시 한국영화배급주식회사가 영동예식장을 장기 임대해 5억원을 들여 극장으로 바꾼 이 곳은 200석 규모의 3개 상영관을 갖춘 ‘멀티 씨어터’로 소개됐다. 다모아 극장은 개관 기념으로 홍콩 스타 왕주셴(왕조현)이 주연한 ‘에스케이프걸’을 상영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극장 측은 상영관 영화 시작에 10분 씩 차이를 두었다. 이후 상영관마다 다른 영화를 상영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한 상영관의 영화가 흥행이 좋으면, 나머지 두 개 상영관의 영화도 그것으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금의 멀티플렉스 운영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비쳤다. 이듬해인 87년에는 1000석 규모인 서울 종로권의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 등 기존 개봉관에 맞서 200∼400석 규모의 소극장 2개관으로 구성된 새 개봉관 씨네하우스가 서울 논현동에 등장했다. 이어 서울 강남 지역에 동아극장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종로로 상징되는 ‘단관 개봉’ 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고하게 됐다. 다모아 극장은 1992년 6월 배우이자 감독인 하명중이 새로 인수해 극장 이름을 뤼미에르로 바꾸었다.

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흘렀다. 1998년 4월 제일제당그룹(현 CJ)이 홍콩골든하베스트사, 호주 빌리지로드쇼사와 합작해 제일골든빌리지사를 세워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11개의 상영관을 갖춘 CGV강변11의 문을 열었다. 서울 강남의 개봉관 시대를 주도한 동아극장 역시 주공공이로 이름을 바꾸고 흐름에 동참했다. 지금은 CGV강남으로 탈바꿈했다. 메가박스 코엑스 역시 이때 개관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극장 사업에 뛰어들었던 이들 대신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본격적인 멀티플레스 시대를 열며 전혀 새로운 차원의 영화관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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