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선동열 그리고 류중일…삼성 라이거스 아닌 라이온즈 찾기?

입력 2010-12-30 18: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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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前 삼성 라이온즈 감독. 스포츠동아 DB

2011년을 불과 이틀 앞두고 믿기 힘든 뉴스가 터졌다.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계약기간 4년을 남겨 놓고 퇴진했다. 삼성은 30일 선 감독이 물러나고 류중일 코치를 제13대 감독에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넥센의 유망주 고원준이 롯데로 트레이드 된 것보다 쇼킹한 스토브리그 뉴스다. 2010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김석류와 김태균의 결혼 발표만큼 놀랄만한 소식이다.

도대체 선 감독은 왜 감독직에서 물러났을까? 그것도 계약기간을 무려 4년이나 남겨 놓은 상태에서 말이다. 퇴임에 대한 삼성 구단의 명확한 발표가 없어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선 감독은 2004년 삼성에 코치로 들어온 뒤 2005년부터 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입단 첫 해부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2006년에도 팀을 정상에 올려 놓는 등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 삼성은 2010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 선 감독과 함께 한 6년 중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일단 성적부진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선 감독은 삼성이 추구하는 ‘일등주의’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 두 차례 우승이 이를 입증하며,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시즌에도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단행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한국시리즈에 오른 2010시즌은 세대교체가 결실을 맺은 한 해였고, 남은 부임기간에도 언제든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구축했다.

성적이 아니라면 ‘변화’를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 야구단의 색깔 변화를 의미한다. 일종의 ‘파란 피 되찾기’라고 할까? ‘삼성 블루’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을 상징하는 색은 푸른색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푸른색에 붉은색이 더해졌다. 타이거즈의 상징이었던 김응용이 감독으로 부임했고, 김응용의 적자이자 호남을 대표하는 선수였던 선동열까지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타이거즈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한 시대를 풍미한 한대화, 김종모, 조계현, 정회열 등도 삼성의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이를 두고 많은 삼성팬들은 “무늬만 삼성이다”며 “삼성 ‘라이온즈’가 아닌 삼성 ‘라이거즈’”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매번 눈물을 쏟았던 삼성은 김응용-선동열 체제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일궈냈다.

세 번의 한국시리즈 제패로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해갈된 만큼 서서히 삼성은 색깔을 되찾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 감독이 아닌 삼성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를 감독으로 임명하는 것. 삼성의 새로운 감독 류중일은 경북고와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삼성에 자리잡은 붉은색을 지우고 푸른색으로 꽉 채울 수 있는 적임자다.

삼성은 선 감독의 해임시기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는 계약만료나 팀이 연패의 늪에 빠져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두 가지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삼성은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이 퇴진한 12월을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적기로 판단, 감독 교체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삼성이 이유를 밝히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선동열이 아버지처럼 믿고 따른 김응용, 소신대로 감독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김재하, 그리고 선동열의 퇴진은 잠시 덧칠해진 색을 지우고 삼성의 푸른색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선 감독의 퇴진에 대한 몇 가지 해석이 있다. 삼성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인 양준혁-이승엽과의 갈등설,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으로 인한 삼성 그룹의 전체적인 조직 개편 등이 그 이유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미 칼은 뽑아졌다. 관건은 삼성이 얼마나 빨리 예전의 색을 되찾을 수 있느냐다.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 등 삼성의 고유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합류하는 것, 성적으로 김응용-선동열 체제를 잊는 것 등 방법은 다양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게 된 류중일 감독과 삼성의 신임 야구단 수뇌부가 어떤 방법으로 푸른색을 꽉 채울 수 있을지 벌써부터 다음시즌이 기다려진다.

동아닷컴 |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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