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이사회의 재구성] 표결 대신 질문…창단동의 묘수 있었다

입력 2011-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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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구단 탄생의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굵직한 현안이 걸려있어 귀추가 주목됐던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1일 오전 9시. 예정시각보다 5분 일찍 도착한 넥센 이장석 사장을 비롯해 8개 구단 사장단이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 회의실에 모두 모였다.

“땅! 땅! 땅!” KBO 유영구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며 이사회 개회를 선언했고, 약 3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가 시작됐다.

새해 첫 이사회의 최대 안건은 9·10구단의 창단. KBO 관계자는 이사회 직전 “일단 신생구단 창단의 필요성에 대해 8개 구단의 의견을 모으는 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 아니겠느냐”며 “이후 9·10구단 창단을 일괄적으로 진행할 것인지, 9구단 창단을 천명한 엔씨소프트에게 우선협상권을 줄 것인지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가 가장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2개의 기업도 창원을 연고로 한 창단신청서를 낸 만큼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라는 의미였다.

KBO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사회 시작 직후 롯데 장병수 사장이 9구단 창단에 대한 반대의견을 강하게 피력하자 일단 핵심안건을 뒤로 미루는 ‘전략’을 펼쳤다. 대신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고교야구 주말리그제에 따른 신인지명회의 날짜 변동, 단장회의에서 논의된 12월 중 합동훈련 금지 등 다른 안건들부터 심의에 부쳤다.

신생구단 창단 논의에 들어간 시점은 오전 11시 무렵. 이사회는 낮 12시10분쯤 마무리됐으므로 실질적 논의시간은 길지 않았다.

유 총재도 각 구단 사장들에게 ‘신생구단 창단이 필요한가’라는 공식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선뜻 반대를 표명하는 이는 없었다. 핵심사항이 아닌 총론에 초점을 맞추며 반발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의견수렴방식도 달랐다. 유 총재는 표결 대신 통합 질문 하나로 창단 동의를 얻어냈다. 찬성은 7개 구단, 반대는 롯데뿐이었다. 이사회를 통해 ‘신생구단 창단 동의’와 ‘9구단 창단에 따른 기업 심사기준 마련’이라는 다소 김빠지는 결론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사회 결과를 두고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롯데 장 사장은 “KBO가 이사회 결과를 왜곡했다”고 반발했고, 모 구단 사장은 “롯데가 아닌 다른 한 구단도 반대는 아니었으나 ‘한국 실정에 맞는 구단수가 몇 개인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좀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유보 입장을 보였다”며 실질적으로 찬성 6표, 유보 1표, 반대 1표라는 주장을 펼쳤다.

다른 구단 사장은 “새 구단 창단에 있어 심사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은 타 스포츠 종목처럼 구단이 난립되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라며 “다만 엔씨소프트가 기준만 통과하면 9구단 창단하는 것 아니겠나.

이후 10구단 창단 논의가 진행되면 나머지 2개 기업이 경쟁을 거쳐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단 사장은 신생구단 창단에 대한 찬·반 외에 특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롯데가 반발하는 데는 9구단이 창원시 연고라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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