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자격 요건 완화로 올 시즌 후 곧바로 혜택을 보게 된 LG 이택근. 거금을 주고 그를 데려온 LG로서는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스포츠동아DB
변경된 FA, 대졸선수 수혜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대졸선수의 FA 취득기한 단축을 결정했다. 대졸선수의 FA 취득기한 8년은 지난해부터 적용된 규정이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18개월 이상의 병역의무를 했을 때’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즉, 18개월 이상의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대졸선수는 고졸선수와 똑같이 프로입단 후 9시즌을 채워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병역의무를 이행했을 때’라는 단서를 완전히 없앴다.
● 대졸 수혜자도 명암이 있다?
곧바로 FA 취득기한 1년 단축의 혜택을 받는 대졸선수는 14명이다. 그러나 이들도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 혜택은 있지만 엄밀히 말해 ‘줄을 잘 못 선 선수’다. SK 정대현, 삼성 강봉규 신명철, 두산 임재철, 롯데 조성환 임경완, 넥센 강귀태, 한화 신경현 등 8명은 이미 2010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버렸다.
FA 선언도 하지 못한 데다 어차피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억울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올 시즌 단 하루도 1군에 등록되지 않아도 FA 자격을 갖추게 되는 혜택은 있다.
둘째, 올 시즌 후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선수다. LG 이택근 손인호 경헌호, 두산 정재훈, SK 이승호, 넥센 강병식 등 6명이다. 이들은 당초 2012시즌 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이택근과 정재훈은 실질적으로 FA를 선언할 수 있는 대어들이어서 주목된다.
정재훈은 2006년 WBC 4강, 이택근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았다. 종전대로라면 ‘병역의무 18개월 이상 이행’에 해당하지 않아 9시즌을 꼬박 채워야만 했다.
● 최대 수혜자 이택근, 발등에 불 떨어진 LG
LG는 화들짝 놀라 12일 오전 KBO에 “이택근이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느냐”고 문의했다. 이택근은 2009년 말, 넥센에 현금 25억원을 넘기며 트레이드해온 선수다.
공식발표상으로 25억원었지만 40억원∼50억원을 넘겼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 이택근의 연봉도 2억7000만원으로 이미 동결해버렸다는 것.
FA보상 규정도 종전 최대 450%에서 300%(보상선수 포함시 200%)로 줄어들었다. 다른 팀에서 이택근을 영입해도 최대 8억1000만원만 LG에 보상하면 돼 부담이 적다. LG로서는 금전적으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LG 한 관계자는 “이택근을 무조건 잡아야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택근의 몸값은 더욱 뛸 수밖에 없다.
● 향후 달라질 야구계 지형도
이젠 대졸 선수도 만 30세에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졸과 대졸선수 비율이 8대2, 7대3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6대4 비율이 됐다.
프로구단들이 즉시 전력감으로 점차 대졸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며 “고교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하는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