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개콘’ 발레리NO팀 “쫄쫄이 안에 비밀병기 있다?”

입력 2011-02-17 14: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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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쫄이' 발레복을 입은 다섯 남자 '개콘'을 평정
●남성의 '몸'이 소재, 민망함을 개그로 승화
●NG도 코너의 일부분, 우린 당당해

흰색의 타이즈를 착용하고 중요 부위 노출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몸 개그로 단숨에 대한민국을 웃음 바다로 만든 KBS2 개그콘서트 ‘발레리NO’팀(왼쪽부터 김장군, 정태호, 이승윤, 양선일, 박성광) 사진=스포츠 동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오친 쁘리야뜨너(Очень приятно! '만나서 반갑습니다' 뜻의 러시아어)~"

요즘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객석을 발칵 뒤집어놓는 코너가 있다. 개그맨 박성광(30), 이승윤(31), 정태호(33), 양선일(32), 김장군(29)이 뭉친 '발레리NO'팀. 기자가 친한 척하며 그들이 방송에서 자주 하는 러시아 인사말을 건넸더니, "발음하기 참 어렵죠?"라며 웃는다.

매회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하얀색 '쫄쫄이' 발레복을 입은 다섯 남자는 타이츠 겉으로 도드라진 주요 부위를 가리기 위해 작은 바(Bar)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애쓴다.

러시아 발레학교에서 발레를 배우는 설정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바 뒤에서만 숨어 있을 순 없다. 두 손을 들고 턴을 할 때마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반복된다. 마이스터 선생인 정태호가 슬쩍만 쳐도 바퀴달린 바가 저만치 도망가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첫 방송만 보고 웃음을 뿜었다"라는 시청자 후기가 많다.


▶첫 리허설, 막상 쫄쫄이를 입고 보니…

-코너 아이디어는 누가 냈나요?

"친한 작가분이 흘리는 말로 '발레리노 콘셉트로 해봐'라고 해서 저와 정태호, 양선일이 회의하기 시작했죠."(박성광)

"셋 다 동시에 '방송에서 할 수 있겠어? 수위 때문에 문제 될 거야. 우리가 일본 진출해야 할 수 있어'라며 덮으려했어요. 그런데 정말 아까웠어요. 개그맨들 사이에서 '대박코너는 금방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는데요. 막상 마음 정하고 짜보니 15분 만에 뚝딱 콘티가 만들어지는 거에요. 그리고 제작진에게 보여줬죠."(정태호)


-이승윤 씨는 어떻게 합류했나요?

"제작진이 몸 개그가 소재인 이 코너에 몸 잘 쓰는 저를 추천한거죠. 전화로 동료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는 순간 느낌이 딱! 왔어요. 정작 스토리를 짠 이 친구들은 걱정하고 망설였지만 저는 '해야 겠다'고 바로 결정했죠. 파격적인 콘티에 '대박'을 확신했어요."


-처음 제작진에게 검사를 받을 때는 어땠나요?

"늘 의상 입은 모습을 상상만 했는데 막상 쫄쫄이가 도착했어요. 옷을 반쯤 입다 모두 외쳤죠. '야! 우리 이거 하지말자. 이건 아니다!'라고요. (박성광)

"감독님은 밖에서 부푼 마음으로 새 코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에서는 (민망해서) 모두 나가질 못하는 거죠. 이왕 이렇게 됐으니 '검사만 받자'며 나갔죠."(양선일)

"대신 제작진에 조건을 걸었어요. 원래 개그맨들 앞에서 '공개 검사'가 원칙인데 '비밀 검사'로 해달라고요. 제작진이 '얼마나 재미있나 두고 보자'며 빈 사무실로 데려갔죠."(정태호)


-첫 방송이 걱정되지는 않았나요?

"올라갈 때보다 코너를 끝마치고 내려온 뒤 반응이 걱정이었죠. 선정성 논란, 아무래도 방송이 나가면 파급효과가 크니까요."(양선일)


-만약 재미를 떠나 선정성과 관련한 질타를 받았다면 코너를 내릴 생각도 했나요?

"한국을 떠나려고 했죠.(웃음)"(박성광)


-첫 무대에 섰을 때 객석 반응은 어땠나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어요. '헬스보이' 등 몸을 보여주는 코너를 정말 많이 했는데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죠. 관객들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 전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이승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남성의 신체 주요 부위라는 파격적인 개그 소재로 개그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KBS2 개그콘서트 ‘발레리NO’팀(왼쪽부터 정태호, 이승윤, 양선일, 박성광, 김장군) 사진=스포츠동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격투기용 캡',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맨 몸 위에 쫄쫄이 의상만 입는 건 아니죠?

"일단 속옷을 입고, 쫄쫄이 의상을 입기 전에 일종의 보호대인 '캡'을 해요. 실제 발레리노 분들도 캡을 쓰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쓰죠. 모~두를 위해서요."(정태호)

"저희는 특이하게 '발레용 캡'이 아닌 '격투기용 캡'을 써요. 코너를 준비하면서 최근 제가 격투기 시합에서 사용한 '캡'이 생각나더군요. '캡'을 사용하면 저희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죠."(이승윤)


-막내 장군 씨만 없다던데 캡이 비싸서 안 사준 건가요?

"비싸지는 않아요. 김장군 역할의 재미는 빠르게 뛰는 스피드인데, 캡을 사용하면 느려질까봐 안줬죠. 스피드가 생명이니까요."(이승윤)

"전 정말 악착같이 뛰거든요. 사달라고 매번 조르는데 결국 며칠 전에 받았습니다."(김장군)


-처음부터 캡을 사용했나요?

"제작진에게 검사 받을 때는 이승윤 씨가 없었어요. 그때는 '캡' 대신 휴지를 사용했죠. 화장실에서 엄청 가져왔어요.(웃음)"(양선일)


-현장에서는 '발레리NO'팀이 필사적으로 감추는 부분이 보일 것 같은데요.

"앞에 앉은 관객은 절대 안 보이지만, 옆에는 보이는 것 같아요. 아! 뒤에서 연주해 주는 '이태선 밴드'에 여성 멤버가 한명 있어요. 누나인데요. 유독 저희 코너 끝나면 많은 웃음과 함께 끝없는 박수를 보내시는 거예요.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죠."(박성광)

"그 분이 아직 미혼이거든요.(웃음)"(양선일)

"그래서인지 자리에 따라 관객들 표정과 반응이 모두 다 달라요."(이승윤)


-현장에서 의상 때문에 난감한 적은 없었나요?

"타이츠 의상을 입고 대기실로 돌아가는데 어린이 프로그램 녹화를 끝낸 아이와 엄마를 만났어요. 엄마가 아이 눈을 살포시 가리시더군요.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활짝 웃으시면서요."(이승윤)


-실제로 유명 발레리노에게 레슨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네. 용어, 자세 등 기본기 위주로 많이 알려주세요. 감사해서 '코너가 잘되면 선생님 공연 오프닝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싫다'는 듯 갑자기 말이 없어지셨어요.(웃음)"(양선일)

"이승윤 씨는 몸 선이 굵고 근육도 탄탄한데 나머지 멤버들은 '아동 몸매'라서 노력은 하는데 아름다운 자태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선생님이 점점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셔서 저희가 못 따라가고 있어요."(정태호)


-'발레리노'팀 방송을 본 뒤의 선생님 반응은 어땠나요?

"선생님 본인도 시작할 때 저희와 같았대요. 남자라서 쑥스럽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고 해요. 첫 방송 후 혹시 불쾌하지 않으셨을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다행히 '주변에서도 재미있게 봤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놓였죠."(박성광)


-그래도 일각에서는 선정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개그에는 형사 같지 않은 형사, 기자 같지 않은 기자가 나오잖아요. 저희도 발레리노 같지 않은 발레리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발레를 비하하거나 성적 논란, 이슈를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순수한 모습이나 수치심, 원초적인 감정을 몸 개그 소재로 만든 것이죠. 나쁜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이승윤)
"이승윤 씨는 청문회 오셨어요.(웃음)"(정태호)

KBS2 개그콘서트 ‘발레리NO’의 주인공 정태호, 박성광, 양선일, 이승윤, 김장군(시계방향). 사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녹화 도중 몸 가려주던 의자 부서져 '아찔'


-몸 노출이 많은 코너라 몸매 관리에 신경 쓰이지는 않나요?

"관객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팔굽혀펴기라도 하고 있으면 이승윤 씨가 화내요. 캐릭터 겹친다고요. 승윤 씨 없는 곳에서 몰래몰래 운동해요."(박성광)

"(이승윤을 바라보며) 아니 박성광 씨가 운동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겹쳐요? 1, 2년 해서 될 몸도 아니고.(웃음)"(정태호)


-주요부위를 가리는 바(Bar)의 길이가 절묘하던데요.

"의도한 거죠. 셋이 들어갔을 때 약간 빠듯한 정도로요. 그래서 전 늘 한쪽 엉덩이가 나와있습니다."(이승윤)

"이상하죠? 힘도 제일 세고 덩치도 크고, 몸으로 밀어도 안 밀리는 이승윤 씨가 엉덩이가 반쯤 나와 있는 건 다분히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정태호)


-이승윤 씨는 '헬스보이' 하면서 여성 팬이 많이 늘지 않았나요?

"네, 그런데 이번 코너를 하면서 팬 연령대가 많이 높아졌어요."


-멤버간 호흡이 정말 중요한 코너인데 어떻게 연습하나요?

"보통 개그맨들은 무대 올라가면서 '힘내자'고 파이팅 하는데 저희는 '살살 하자'고 다짐하며 올라가요. 객석 반응이 뜨거우면 저희도 모르게 연습할 때 살살 차던 바도 너무 세게 차고, 그만큼 더 멀리 날아간 바를 잡으려 정말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하거든요. 그렇게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NG가 나서 난감한 적은 없나요?

"제가 뛰면서 소품을 떨어뜨려주는데 너무 빨리 뛰다 엉뚱한 곳에 소품을 놔둔 거예요. 멤버들이 움직일 수는 없고 '어떡하지?' 당황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객석에서 더 큰 웃음이 터졌죠."(김장군)

"저를 가려주는 튼튼한 의자가 갑자기 부서진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아찔했는데 녹화 중 가장 큰 웃음이 나왔어요. 다른 코너는 NG를 내면 맥이 빠지는데 저희 팀은 오히려 큰 웃음이 돼요. 본의 아니게 늘 돌발 상황이 준비된 코너라고 할까요?"(정태호)


▶방송 나가고 아버지는 한숨, 냉담… 어머니만 폭소


-방송이 나간 뒤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평소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잘 보고 있다. 힘내라'고 자주 연락하는데 이 코너 시작하고는 전화가 없으세요. 다들 저희 코너가 '대박'이라는데 왜 부모님 연락은 끊겼을까요?"(정태호)
"첫 방송을 기다리는데 부모님과 같이 못 보겠더라고요. 제가 방에 들어가고, 아버지도 조용히 들어가시고, 어머니만 TV 앞에서 박수치며 웃으셨어요. 후에 아버지가 '성광아, 사람들이 그게 재미있나 보더라'라고 말씀하시며 한숨을 쉬더라고요."(박성광)


-코너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자 합류를 원하는 동료들은 없었나요?

"정말 많았죠. 김준호 선배는 '원장스키' 캐릭터를 정해왔고, 쌍둥이 개그맨은 '쌍둥스키'라는 이름에 '우린 춤도 된다'며 졸라댔죠."


-아이디어 뱅크는 누구인가요?

"모두가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 걱정이에요. 지금 '아주 재미있다'며 뒤로 미뤄둔 아이템들만 10여개가 넘어요. 서로 자기 생각은 있지만 합의점은 금세 만들어져요."(양선일)


-몸 개그 설정 때문에 자칫하면 흐름과 스토리가 반복될 것 같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앞으로 스토리의 다양화와 캐릭터의 변신을 꾀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한 회 한 회 기대해 주셔도 좋아요. 실망 안하실 거예요." (일동)


-새 코너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나요?

"트위터에 '갱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저희 개그를 보고 웃음으로 털어냈다'거나 '우리 아들도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글을 볼 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박성광)

동아닷컴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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