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을 낀 두 감독은 참 다정해 보였다. 넥센 김시진(53) 감독과 한화 한대화(51) 감독 얘기다. 강추위로 시범경기가 취소된 25일 목동구장. 두 선후배는 모처럼의 해후에서 동병상련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경기 취소 직후 김 감독이 원정팀 덕아웃을 찾아오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김 감독은 “내가 2년 선배인데 한 감독이 참 나를 많이 놀렸다”고 했고, 한 감독은 “내가 만날 ‘꼴뚜기 형’이라고 불렀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고…”라며 웃었다. 예전부터 남달랐던 두 사람의 친분을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두 감독에게 남다른 우정(?)이 느껴졌던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7·8위팀 감독이자 올해도 역시 ‘2약’으로 분류되는 팀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가 같아서다. 김 감독은 “사람들이 자꾸 올해 프로야구가 ‘2강 4중 2약’이라고 한다. 그 2약이 바로 넥센과 한화란다”면서 “내가 그 얘기 듣고 발끈해서 한 감독이랑 식사라도 하면서 의기투합 해보겠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감독 역시 “ 누가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거냐”며 짐짓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올해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보다 두 감독이 잘 안다. 지난해 잘 키운 고원준을 롯데로 보낸 김 감독은 제대로 된 훈련장 하나 없는 열악한 상황까지 이겨내야 하고, 한 감독도 지난해 눈에 띄는 보강 없이 새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마냥 푸념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김 감독은 애써 “올해 프로야구 전력이 평준화된 편이니 승부가 지난해보다 재미있을 것”이라면서 “한 감독과 나도 잘 싸워 보겠다”고 했다. 한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것은 물론. 찬 바람이 부는 목동구장에 두 감독의 깊은 한숨 소리가 울리는 듯 했다.
목동 | 배영은 기자(트위터@goodgoer)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