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한미 시트콤 속 뒤바뀐 가족 모습

입력 2011-04-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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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모던 패밀리’ “콩가루? 그래도 가족”
韓 ‘몽땅 내사랑’ “찰떡? 다 돈 때문이야”

전형적인 가족인 듯하지만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가족을 보여 주는 ‘몽땅 내 사랑’(왼쪽)과 끊임없이 싸우면서도 가족의 정을 확인하는 따뜻한 시트콤 ‘모던 패밀리’. MBC, ABC 제공

미국 ABC 시트콤 ‘모던 패밀리’의 인기가 심상찮다. 3월 마지막 주 모던 패밀리 시즌2가 시청률 4위를 기록했다. 리얼리티 쇼를 제외한 모든 드라마와 시트콤 중 최고 시청률이다. 앞서 시즌1은 에미상 6개 부문을 휩쓸었고, 시즌3도 일찌감치 재계약에 성공했다.

미국에 모던 패밀리가 있다면 요즘 한국엔 MBC ‘몽땅 내 사랑’이 있다. 짠돌이 학원 원장인 김원장(김갑수), 복수의 화신 김집사(정호빈) 같은 독특한 캐릭터에 조권, 가인, 윤두준 등 아이돌 스타가 합세해 호응을 얻고 있다.

모던 패밀리의 가족 구성은 ‘포스트모던’ 하다. 집안의 어른 제이는 딸뻘인 글로리아와 재혼한 사이다. 글로리아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아들 매니를 데리고 시집왔다. 제이의 아들 미첼은 파트너 캠과 베트남 아기 릴리를 입양해 키우는 게이 커플이다. 제목처럼 ‘근대적 가족’을 꾸린 건 필과 결혼해 세 아이를 키우는 제이의 딸 클레어뿐이다.

개성이 강한 이들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마초 아버지 제이와 게이 아들 미첼은 물과 기름이다. 클레어는 제 또래의 새어머니 글로리아가 못마땅해 신경전을 벌이고, 제이는 의붓아들 매니와 크리스마스를 콜롬비아식으로 보낼지 미국식으로 보낼지를 놓고 입씨름한다. 감독은 모큐멘터리(mockumentary·다큐 형식을 띤 드라마) 기법을 도입해 이들의 다툼을 한 발짝 떨어져 보도록 하는 ‘차가운’ 방식을 택했다. 당장 돌아서서 연락을 끊고 지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콩가루 집안’이라는 이미지가 그래서 더욱 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인지 모던 패밀리의 가족애는 더욱 끈끈하게 느껴진다. 모던 패밀리에서 가족이란 핏줄이나 정으로 이어져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사회,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다. 온갖 갈등 속에서도 마침내 이들이 한데 모여 가족사진을 찍으며 끝나는 시즌1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한 집에 모여 가족 행사를 치르며 갈등을 봉합하는 장면이 에피소드마다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레이션으로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모던 패밀리는 따뜻하지만 몽땅 내 사랑은 냉소적이다. 몽땅 내 사랑의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게마인샤프트이나 알고 보면 계약관계로 이뤄진 이익사회인 ‘게젤샤프트(Gesellschaft)’에 가깝다. 김원장과 재혼한 미선(박미선)이 김원장에게 나긋하게 대하는 이유는 딱 하나, 그가 남기고 죽을 유산 때문이다. 미선은 김원장이 잃어버린 딸 승아(윤승아)를 찾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자신의 아들 옥엽(조권)이 승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승아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김원장네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뭉친 것은 1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상가번영회 장기자랑에서 우승하기 위해서였다. ‘이익이 되는 사람’만 가족인 셈이다.

옥엽과 쌍둥이 남매인 금지(가인)는 김원장의 딸이라기보다는 김원장이 운영하는 학원의 강사에 가깝다. 김원장의 유일한 핏줄인 승아가 김원장에게 구박받는 학원 알바생이라는 설정은 게젤샤프트 김원장네를 극단적으로 상징한다.

모던 패밀리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믿을 건 가족뿐’이라고 여기게 된 미국 사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몽땅 내 사랑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TV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두 시트콤은 우습게, 감동적으로, 때로는 씁쓸하게 보여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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