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한상훈.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장남은 서랍 깊숙한 곳에서 종이 뭉치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물건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 수십, 아니 수백 장의 야구장 입장권. 아들이 데뷔한 2003년부터 입대 직전인 2008년까지, 날짜도 장소도 다양했다. “그동안 ‘나 야구장 간다’는 말씀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었어요. 몇 번 관중석에서 발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몰래 많이 왔다가셨을 줄은….” ‘널 이렇게 챙긴다’고 생색을 내지도, ‘내가 왔으니 잘 하라’고 부담을 주지도 않았다. 한화 한상훈(31)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故) 한용철 씨를 떠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부모가 되어 보니 얼마나 못난 아들이었는지 알 것 같아요.”
급성 백혈병이라고 했다. 공익근무 중이던 지난해 5월, 늘 건강하던 아버지가 몸살 기운이 있다며 동네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나왔다. 그 후 주어진 시간은 고작 6개월. 한 씨는 전역한 아들이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렵게 눈을 감았다. “귀국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아빠, 저 다녀왔어요’ 했더니 ‘알았다’는 의미로 눈만 깜빡깜빡 하셨죠. 어쩐지 마음이 무거웠는데, 다음날 아침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거예요.”
가혹한 2010년. 한 씨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4개월 전, 한상훈은 장인마저 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장인어른도 늘 ‘우리 둘째 사위 힘내야 한다’며 남다른 사랑을 쏟아 주셨거든요. 두 분의 아버지를 떠나보내니 갑자기 멍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야구 잘하는 모습을 끝내 못 보여드렸던 게 가장 안타까웠어요. 가끔 수훈선수 인터뷰를 할 때면,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싶어서 먹먹해져요.”
그런 한상훈도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2008년에 얻은 아들 예준에 이어 2011년 1월에 딸 예지가 태어난 것이다. 그는 이제 “부모의 마음을 알겠다”고 말한다. “돌아가시기 직전에야 아버지의 작은 몸을 처음으로 안아 봤어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지난해 처음 해봤고요. 왜 그동안 못하고 살았을까 싶어요. 앞으로는 하늘에서 보고 계실 아버지, 제 곁에 있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두 아이를 위해 열심히 야구할 거예요.”
스포츠1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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