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내게 맡겨!”…악녀 전성시대

입력 2011-06-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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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이유리 ‘최고사’ 유인나
현실적 환경에 악녀 돌변 “이해 된다”
‘밋밋한 순정녀보다 매력적인 악녀가 시청률엔 더 효녀!’

착한 여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며 시청자의 미움을 받는 악녀 캐릭터는 드라마에 필수적이다. 얼마 전만 해도 여배우들은 따가운 비난의 시선이 무서워 이런 역을 피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악녀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여배우들 사이에 개성 없는 순정녀보다 악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악녀들이 주인공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캐릭터의 힘이라 할 수 있다.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출연 중인 유인나는 잘 나가던 걸그룹 국보소녀의 존재감 없는 막내였다가 해체 후 톱스타 반열에 오른 강세리 역을 맡았다. 자신과 정반대로 걸그룹 활동 당시 톱스타였지만 지금은 ‘국민 비호감’이 된 구애정(공효진)에게 질투심을 느끼며 사랑과 일에 방해를 놓는 캐릭터다.

시청자들이 강세리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녀가 느끼는 자격지심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톱스타 자리에 올랐지만 마음 속 상처가 된 과거의 무관심과 비교 등이 악행과 맞물리면서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악역으로 만들고 있다. 드라마속 프로그램인 ‘커플 메이킹’의 진행자는 자신인데, 출연자인 구애정에게 관심이 쏠리자 “이번에도 다 애정언니한테 뺏겼어”라며 투덜거리는 대사가 밉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 현실적 악녀 캐릭터에 공감…시청자의 관심 집중

MBC 주말드라마 ‘반짝 반짝 빛나는’에서 반전의 인생을 사는 황금란 역의 이유리는 얄밉다 못해 표독스럽기까지 하다. 29년을 가난에 찌들어 살다 출생의 비밀을 안 후 재벌집 딸이 되면서 그 동안 자신의 것을 누려온 한정원(김현주)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180도 변해버린 황금란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캐릭터에 내재된 그의 착한 본성과 동정심 덕분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의 한 제작진은 “황금란의 출생 배경이 그를 더 지독하게 만들면서도 처연하게 만드는 데 한 몫하고 있다. 29년간 화려한 옷 한번 입어 보지 못한 황금란이 인생이 바뀐 후 갖가지 치장을 하는 데도 오히려 안쓰러워 보이는 건 물질적인 것에만 안정을 얻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동정심을 느끼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KBS 2TV 월화드라마 ‘동안미녀’에서 여주인공인 이소영(장나라)을 매번 곤경에 빠뜨리는 김민서는 ‘풍요속의 빈곤’ 악녀 강윤서로 눈길을 끌고 있다.

모든 조건을 고루 갖췄지만 사랑 하나 얻지 못한 강윤서는 ‘스펙 제로’에 가까운 이소영이 가진 단 하나의 사랑을 뺏는 인물로 비련의 악녀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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