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사라진 게 있다. 바로 30대의 우승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30대 이상의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카리 웹(호주)이나 줄리 잉스터(미국)는 아직도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고, 일본에서도 후도 유리, 후쿠시마 아키코 등이 10,20대 선수들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키코는 작년 38세 나이에 CAT 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KLPGA 투어에서 30대 우승은 2003년이 마지막이다.
김순희(당시 34세)와 정일미(31세)가 김영주골프여자오픈과 하이트컵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맥이 끊겼다. 작년 최고령 우승자가 24세인 홍란이었다.
우승은커녕 이제는 30대 선수들을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10,20대에 밀려 설 자리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배우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전성기가 빨리 시작되면서 30대를 밀어내고 있다.
올해 정규투어 시드를 갖고 있는 30대는 정일미(39), 지유진(32·이상 하이마트)과 박희정(31·현대스위스저축), 이정연(32·토마토저축은행), 서보미(30·롯데마트)에 불과하다. 시드권자 108명 중 5%도 안 된다. 그나마 미국에서 뛰던 선수들이 국내로 돌아오면서 늘어난 숫자다.
1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모처럼 30대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지유진과 정일미, 김현령이 컷을 통과했다.
첫날 김현령(38)이 5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초청 선수로 나온 김현령은 2008년까지 투어 생활을 하다 롯데 스카이힐 김해CC에서 고객서비스팀장으로 입사하면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간간이 스폰서 초청을 받아 투어에 나왔고 작년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 이어 1년 2개월 만에 나선 대회에서 깜짝 활약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일미는 3라운드에서 무려 5타를 줄이는 뒷심으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아직은 우승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조금씩 간격을 좁히며 추격하고 있는 30대의 활약에서 8년 만의 30대 우승이 기대된다.
서귀포 |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