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강도일 확률 높으니 햄버거값 더 내라?

입력 2011-06-14 14: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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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공지: 최근 벌어진 일련의 강도사건에 대한 보험 정책으로 인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고객들은 1건 당 1.5달러를 추가로 내셔야 합니다(As an insurance measure due in part to a recent string of robberies, African-American customers are now required to pay an additional fee of $1,50 per transaction)."

지난 6월 초순, 미국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의 내용을 담은 한 장의 이미지가 급속도로 퍼졌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강도사건을 막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햄버거를 구매시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지를 접한 트위터 사용자들은 ‘심한 맥도날드(Seriously McDonalds)’라는 제목으로 리트윗(다른 사람에게 글을 전달하기)했고, 유색인종 사이에서 맥도날드 불매운동의 조짐이 일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가짜였다. 인터넷 이미지 공유 사이트 4chan(www.4chan.org, 한국의 DC인사이드나 일본의 2CH와 성격이 비슷하다)에 누군가가 장난삼아 올린 합성 이미지였던 것. 그것도 몇 년 전에 올라왔던 케케묵은 ‘고대 자료’였다. 해당 이미지에는 맥도날드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는데, 이 번호는 사실 맥도날드가 아닌 경쟁사 KFC의 번호였다. 악의적으로 맥도날드를 깎아내리기보다는 장난에 가까운 합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사실을 모르는 일부 사용자들에 의해 진짜로 둔갑했고, 트위터를 통해 퍼지면서 맥도날드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맥도날드는 6월 12일 자사의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해당 이미지는맥도날드의 신념에 어긋나는 무지한 장난”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맥도날드 공식 트위터에 팔로우(친구 추가)를 한 사람은 전체 사용자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맥도날드가 입장을 발표한 이후에도 해당 이미지는 계속해서 트위터를 통해 퍼졌고, 아직까지도 이를 진짜로 믿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맥도날드는 헛소문을 바로잡기 위해 마케팅 비용으로 어마어마한‘헛돈’을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사건은 트위터에서 돌고 있는 소문의 신뢰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또한 헛소문을 퍼트리는데 일조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무책임함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분명 해당 이미지는 누가 봐도 믿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담고 있었고, 전화번호도 가짜였다. 하지만 트위터 사용자들 중 이미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 남이 쓴 글을 리트윗한 것뿐이라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헛소문을 단순히 리트윗한 것만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허황된 헛소문이라도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공인이나 연예인이 리트윗을 하거나 언론에서 기사화를 하는 순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다.


이와 같은 일은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바람을 따라 한국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물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었다. 기상청은 “한반도 주변에는 강한 서풍이 불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이) 동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이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을 품은 사용자들은 해당 글을 리트윗했고, 코스피 지수가 크게 떨어짐과 동시에 일부 방사능 관련주가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최초 유포자를 검거했다. 하지만 글을 리트윗한 사용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단순한 리트윗은 고의적인 거짓 유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능비와 관련해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쓴 모 가수가 이 일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트위터 계정을 삭제한 것이 고작이다. 결국 ‘그렇다카더라. 아니면 말고’식의 헛소문에 죄 없는 사람들만 피해를 본 것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 트위터에 게시되면, 그 글은 리트윗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퍼진다. 하지만 해당 내용이 거짓으로 판명되었을 때 해명 내용을 적극적으로 리트윗하는 사용자들은 매우 적다. 자신이 헛소문을 퍼트리는 데 일조했다면 그 헛소문을 바로잡는 데에도 일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난 전달하기만 했으니 잘못 없소”라는 입장을 고수할 것인가. 생각 없는 리트윗 하나에 다른 사람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근거 없는 소문을 접하면 사실 확인을 거쳐 리트윗하되 해당 내용이 헛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적극적으로 해명을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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