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차인표 “개콘 보면서 유머 영감”

입력 2011-06-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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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장편 ‘오늘예보’ 출간
“생명의 소중함 전하고 싶어”

2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를 낸 배우이자 소설가인 차인표 씨는 “‘연예인이 쓴 소설은 안 읽으려고 했다’는 인터넷 서평을 보고 마음이 상했다. 많은 독자가 찾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배우이자 소설가인 차인표 씨가 두 번째 장편 소설 ‘오늘예보’(해냄)를 냈다. 2009년 일제강점기 백두산 호랑이마을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잘가요, 언덕’ 이후 2년 만의 신작이다. ‘잘가요…’는 3만 부가 나가며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고, 이번 책은 초판 1만 부를 찍었다. 지명도 있는 배우가 소설을 연달아 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인 작가 차인표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차 씨의 대답.

“자꾸 책을 쓰는 이유는 무언가 건네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에요. 전작에서는 다른 사람이 가진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고, 이번 소설에서는 자기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예보’는 사업에 실패한 뒤 자살을 기도하는 남성, 일당 4만 원을 벌기 위해 촬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보조출연자, 그리고 떼인 돈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전직 조직폭력배 등 세 남자의 각박한 삶의 얘기를 다룬다. 각기 다른 세 편의 얘기가 단편소설처럼 전개되지만 이후 남자들의 인연이 연결되며 장편 형식을 갖춘다.

‘연예인이 쓴 소설이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편견이 무안할 정도로 작품은 수준급이다. 탄탄한 구성과 개성 넘치는 인물, 그리고 반전의 연속 등이 사뭇 세련되게 펼쳐진다. 곳곳에 숨어 있는 코믹한 장면이 가장 큰 매력. 드라마 촬영 중 앵글에 걸린 남자가 투신자살을 기도하며 촬영을 방해하자 컴퓨터그래픽(CG)으로 지워버리는 장면이나, 항문이 찢어져 고통스러운 전직 조폭을 위해 부하가 비데 대신 커다란 물총을 사오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진다.

“메시지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가독성이었어요. 얼마나 빠른 시간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지의 문제죠. 45년 동안 살면서 만난 웃겼던 사람들과 황당한 사건들, 그리고 ‘개그콘서트’에서 유머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중반까지 무척 유머러스하고 전개도 매끄럽지만 아쉬움은 후반부에 남는다. 세 남자의 얽힌 관계가 다소 급작스럽게 짜맞춰지고, ‘생을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후기(後記) 형식의 내용 설명이 길어 작품의 여운을 갉아먹는 듯하다.


▲동영상=차인표 장편소설 출간 “자살은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것”

차 씨는 “영화나 드라마는 거대 자본이나 여러 사람의 결정이 필요하지만 소설은 자기 혼자 끝낼 수 있다는 점”을 소설의 매력으로 꼽았다. 소설 공부에 대해선 “많이 읽는 방법밖에 없었다. 화제가 되거나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읽으려 했다”고 밝힌 뒤 “최인호 선생님과 중국의 위화(余華) 작가를 좋아한다. 특히 위화 작가는 제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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