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그룹 걸스데이의 민아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녹음실에서 만났다. 사진=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걸 그룹 걸스데이의 민아(본명 방민아·18)는 웃으면 처지는 긴 눈과 보조개, 눈 밑 애교 살이 예쁜 소녀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녹음실에서 만난 민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더운데 오시느라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건넸다.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다"고 덕담했더니 "진짜요? 진짜요? 감사합니다!"라고 더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예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세련돼졌다고 해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른 아이돌은 10~20대 팬들이 많은데 전 직장인 삼촌 팬이 많아요. '힘들죠?', '날씨가 좋네요', '건강 조심해요' 등 점잖은 격려에 힘든 줄 몰라요."
SBS드라마 '시티헌터'의 삽입곡 '큐피트'와 MBC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주제가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을 부른 걸스데이는 지난해 앨범 '걸스데이 파티 #1'로 데뷔했다. 리더 소진(25), 랩 지해(22), 리드보컬 민아, 유라(19), 혜리(17)가 걸스데이 멤버다.
이 중 민아는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 KBS 드라마 '동안미녀'에도 카메오 출연하는 등 팀에서 가장 활발한 개인 활동을 하고 있다.
▶'걸스데이' 멤버 민아, '동방신기' 를 동경하는 꿈 많은 18세 여고생
민아는 깜찍한 외모가 '귀여운 여동생' 같아서 남자 팬들이 많다. 다만, '강심장'에 나와 "10살 때부터 동방신기 유노윤호 광팬"이라고 고백하는 바람에 여성 팬들이 다소 떨어져나간 '슬픈' 사연이 있다.
"유노윤호 선배님을 한 번은 음악방송에서 만났는데 제게 '열심히 한다'고 격려해 주셨어요. 그날은 '선배님이 보고 있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했어요. 동방신기 이후로는 누굴 동경해본 적은 없어요."
민아는 전직 '카시오페아'(동방신기 팬클럽) 멤버인 게 들켰다며 웃었다. 그는 현재 서울 진선여고에 다니는 꿈 많은 여고 3학년생이기도 하다.
"오늘도 3교시 수업까지 하고 인터뷰하러 왔어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지내고도 싶지만…요즘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사인해달라고 해요. 쉬는 시간에 엎드려 자도 해달라고 해요. 선생님들도 '연예인 왔네'라며 좋아하세요."
고3인 민아는 “대학은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대학교에 가면 전공은 역시 실용음악을 하고 싶단다. 연기도 관심이 많지만 음악을 보다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다.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어서 데뷔전에는 학원에 다니면서 이론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요, 데뷔 후에는 노래 연습에 더 치중하고 있어요. 음악의 이론과 실기,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틈틈이 공부하고 있어요."
작사나 작곡에도 관심이 많다. 기억나는 자작곡 한 소절 불러달라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다가 겨우 불렀다.
"네가 행복해도 그래도 나는 잊지 말길…네가 더 아팠으면 이정도요? 정말 오글거리죠. 요즘은 생각날 때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틈틈이 적어 놓고 있어요. 나중에 작사 작곡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댄스보다는 R&B나 소울, 발라드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평범한 일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18세 소녀다운 대답이 나왔다. 민아는 두주먹을 불끈 쥐더니 "시트콤을 보면 대학생들이 미팅과 소개팅을 하잖아요? 저도 꼭 할겁니다"라며 '야망'을 불태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연예인이 된 후 가장 달라진 건, 패션이란다.
"예전엔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을 신경 쓰게 됐어요. 이젠 옷차림, 머리스타일을 단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피부에 트러블이 나면 뭐라도 하나 바르고 좋은 모습을 많이 보이려고 노력해요."
“어렸을 때 장난삼아 작사를 해본 적 있지만, 지금 읽어보면 정말 창피해요.” 사진=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저귀 패션 논란? 한국을 비롯 태국, 중국 등 국제적 화제…인기의 반증
걸스데이는 최근 안 좋은 일도 있었다. '기저귀 패션' 소동이 그것.
걸스데이가 한 행사 무대에서 신곡 '반짝반짝'을 부르다가 흰색 속바지를 노출한 사건을 말한다. 노란 원피스를 안에 입은 속바지가 기저귀처럼 보였다고 해서 '기저귀 패션'이라고 이름 붙었다. 팬들이 이를 촬영해 인터넷 곳곳에 옮기면서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태국과 중국 유명 포털 사이트에까지 퍼졌다.
"속바지였고, 조금 과장 되게 비친 것 같아요. 속상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우리에 대한 관심이 그런 식으로 표출된 거라고 치부할래요. 이젠 괜찮아요."
민아는 '기저귀 패션' 소동을 잊으려는 듯 기쁜 무대 얘기도 하겠다고 했다. 걸스데이는 6월 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국가대표팀과 가나의 평가전 하프타임 공연을 했다. 5월 대학교 축제에도 단골 게스트로 출연했다.
"가나전은 관객이 4만 명이 넘는 큰 무대였어요. 정말 벅차고 행복했죠. 얼마 전 대학교 축제에서 카메라로 우리를 촬영하는 대학생들을 제가 다시 휴대전화로 찍어봤어요. 에릭 베넷 공연에서 보고 따라한 건데 정말 신 났죠."
한류 열풍을 타고 걸스데이의 인기도 제법 높아졌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팬 사인회에는 새벽 6시부터 한국, 프랑스, 일본 팬이 1000여 명이 몰렸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었는데, 제 사진 뒤에 '힘들어 하지마세요. 아프지 마세요. 파이팅'이라고 팬레터를 적어서 줬어요. 감동 받아서 눈물이 나려는 걸 겨우 참았어요."
18세 민아는 “좌우명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밝혔다. 사진=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힘든 일이 있으면 18세 소녀 민아는 어떻게 견딜까. 그는 "내 좌우명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했다.
"힘든 고비가 몇 번 왔지만 좌우명을 주문처럼 외웠더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됐어요. 하지만 인간관계는 극복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말을 아끼자, 말조심'이라고 혼자 다짐해요."
끝으로 민아는 팬들에게 인사의 말을 전했다.
"천천히 한 걸음씩 단단해지겠습니다. 아직은 미숙해요. 지금의 제 모습에서 부족한 게 있다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하시면서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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