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독일 대신 스위스 바젤행 돌다리를 선택한 박주호

입력 2011-07-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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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스포츠동아DB.

박주호(사진)의 J리그 경기를 함께 관전했던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프레디 보비치 스포츠 디렉터가 이런 말을 했다.

“Talking football is easy, playing football is difficult(축구에 대해 말하긴 쉬우나 축구를 하는 건 어렵다)”

선수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더욱이 그처럼 ‘제대로’ 축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선수이적을 업으로 하는 필자에겐 그 말이 오히려 박주호의 첫 행선지로 독일 분데스리가가 아닌 스위스 바젤을 선택하는데 더 확신을 주었다면 아이러니일까. 프레디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박주호의 이적대상 1순위는 처음부터 바젤이었다. 이 점에선 선수나 대리인인 필자 모두 생각이 같았다. 축구선수가 유럽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체험해본 필자에겐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부터 분데스리가의 높은 벽에 도전하기보다는 리그에서 자신감을 찾고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더 넓은 무대를 바라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 기량에 따라 최고의 리그를 직접 겨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그 난관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아인트호벤의 구애를 물리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직행을 결정한 지동원의 경우 조금은 의외였다. 그 일에 필자가 관여했다면 모든 조건을 제쳐두고 아인트호벤을 선택했을 것이다. 행여 최연소 프리미어리거라는 타이틀과 주위의 부추김이 선수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나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박주호의 경우 솔직히 더 높은 무대서 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박지성,이영표가 아인트호벤에서 챔피언스리그를 거쳐 프리미어리그에 화려하게 데뷔한 것처럼, 선수가 유럽무대서 성공하기 위해선 리그의 명성과 스포트라이트는 잠시 뒤로 미뤄놓는 인내도 필요하다고 본다.

박주호의 바젤행은 일부 언론의 추측처럼 앞서 이 클럽에서 뛰었던 일본 나카타 코지의 추천에 따라 바젤이 선택한 것이 아니고 순전히 선수 본인의 선택이었다. 박주호가 과거 가시마 앤틀러스 팀 동료였던 코지에게 자문을 구한 것은 바젤이 어떤 팀인지, 분위기는 어떤지 등 정보 확인 차원이었다. 그가 바젤에 박주호의 영입을 추천한 것이 아니라(그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박주호가 바젤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조언을 해줬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그들이 박주호를 놓칠까 노심초사했었던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청용과 같이 젊은 나이에 국내리그서 프리미어리그에 직행, 좋은 활약을 펼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선수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최고의 리그에 입단해 활약을 하게 되면 이후 선택은 톱 리그 최고의 명문구단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 만일 실패한다면 선수는 정체되거나 하향길에 접어들게 된다. 한창 나이에 목표의식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선수로서 가장 경계해야할 일이다.

지쎈 사장 <스위스 바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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