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인증샷] 뮤지컬배우 이현정① “뮤지컬배우 중 최고의 춤꾼은 윤공주”

입력 2011-07-19 15: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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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올린 뮤지컬 ‘코요테어글리’의 캐스팅 자료를 훑어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안. 무. 조. 감. 독. 이. 현. 정’

‘배우 이현정(35)씨와 동명이인가보다’싶었지만, 아무래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해 조사해보니 과연 기자가 아는 이현정씨였다.


올해 최고의 히트작 ‘광화문연가’에 출연했던 뮤지컬배우 이현정.
작년 ‘코러스라인’에서 ‘캐시’를 맡아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던 배우.

- 아니, 배우는 어쩌시고 안무조감독이 되셨답니까. 이제 배우 안 하시려고요?

“설마요. 스태프 참여는 처음이에요. 배우하면서 댄스캡틴(앙상블배우 중 나이가 많거나, 춤을 잘 추는 배우가 주로 맡는다)을 한 적은 있지만. 한 번 해보니까,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무대 배우로서 욕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현정씨와는 서울 대학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배우들이 즐겨 찾는 대학로 숨은 명소 중의 한 곳이다. 기자도 종종 배우, 스태프들과 술을 마실 때 애용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인터뷰 날을 잡아 이현정씨를 초청했다.

“코요테어글리에는 친한 동료, 후배들이 많이 출연해요. 하필이면! 무대에 선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처음에 런(처음부터 끝까지 실제처럼 하는 연습)을 가는데 눈물이 울컥하더라고요. 배우들이 제가 짠 안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이 느낌은 뭐지?’ 싶었죠. 지금도 이 정도니, 나중에 정식 안무자가 되면 장난이 아니겠다 싶더라고요.”

옛날이야기로 리와인드. 데뷔 때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데뷔가 늦었죠. 제대로 된 데뷔가 2007년 ‘노틀담 드 파리’였거든요(무려 31세였다!)”

사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뮤지컬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무용으로 시작된 춤꾼 인생은 현대무용, 발레로 이어졌고, 대학에서도 무용을 전공했다. 이씨는 “탭댄스 빼고 다 춰 본 것 같다”라고 했다.

뮤지컬배우의 꿈을 안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이래저래 알아보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재즈댄스팀에 들어가게 됐다. 알고 보니 아시아에서 매우 유명한 팀이었다.

‘1~2년만 있다가 뮤지컬 해야지’했는데, 1년이 되기도 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맡게 됐다.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았는지 꽤 재미있었다.

“그러다 보니 8년이 흐른 거죠.”

재즈댄스팀 단원이 되었어도 시선 한 구석은 늘 뮤지컬에 가 있었다. 공연을 보고 싶은데, 신입단원이라 시간이 없었다. 이씨는 “죽을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다 보니 30대가 훌쩍 되어버린 거예요. ‘지금 이 나이에 뮤지컬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런데 ‘안 하면 죽을 것 같다’란 생각이 또 들더라고요. 스승님께 과감히 그만 두겠다고 했죠.”

처음에는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댄스컬에 가까운 작품으로 시작했다. 춤이야 누구보다 잘 출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노래와 연기였다. 댄스컬을 또 2년가량 했다.

“제가 한 곳에 들어가면 금방 못 나오는 성격이거든요(하하!)”

‘노트르담 드 파리’에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했다. 노래와 연기없이 춤만 추는 역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또 흘렀다.

뮤지컬 배우로서 이현정씨의 진짜 데뷔는 2010년 ‘올슉업’이라고 봐야 할지 모른다.

“춤뿐 아니라 노래와 연기까지 한 첫 작품이죠. 쉽게 말해 ‘와이어리스(무선) 마이크’를 처음으로 찼으니까요. 연출님(변희석 감독이었다)한테 엄청나게 혼나고, 다 큰 나이에 울고.”

- 노래 잘 하는 배우는 인기를 얻기 쉽지만, 아무래도 춤이 전공인 배우는 손해를 보기 쉬운데요. 억울하지는 않나요.

“제가 공연을 보러 가도 솔직히 노래 잘 하는 배우에게 눈길이 가는데요 뭐. 물론 저는 춤을 추니까, ‘몸을 잘 쓰는’ 배우에게 눈이 가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일단 뮤지컬배우는 노래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노래 잘 하는 배우는 많아도 춤까지 잘 추는 배우는 많지 않죠. 두 가지를 모두 잘 하는 배우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제가 인정하는 배우는 윤공주죠. 앙상블 배우부터 꾸준히 해와서인지 기본이 튼튼해요. 춤의 느낌도 너무 좋고.”

언젠가 이씨는 윤공주(30)씨에게 “공주야, 넌 춤에 있어서는 주연배우같지 않은 실력이다”라고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남자배우 중에서는 ‘올댓재즈’, ‘사랑은비를타고’, ‘캣츠’ 등에 출연한 임춘길(42)을 쳤다.
이씨는 “남자의 경우 노래를 잘 하면서 춤도 진짜 잘 추는 배우는 잘 못 봤지만, 임춘길 배우는 예외”라고 했다.

<2부에서 계속>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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